Friday, 24 November 2017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곽복록 / 동서문화사

그것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경멸하는 자를 오히려 사랑하고, 우리를 두렵게 하는 유령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가장 무겁게 보이는 모든 것을 견디는 정신은 스스로 짐을 맡는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가는 낙타처럼, 그는 자신의 짐을 자신의 사막을 달려간다.
그러나 고독의 극단인 사막에서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그때 정신은 사자가 되어 자유를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하고, 자신이 선택한 사막의 주인이 되려고 한다.
(P.30)


잠에 대해서 경의와 함께 수치스러운 마음을 지녀라! 이것이 근본이다. 그리고 자지 않는 , 밤에 자지 않는 자를 피하라.
도둑도 잠든 사람을 보면 부끄러움을 느껴 밤에는 언제나 발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다닌다. 수치심 없는 자는 밤의 감시자다. 부끄러움도 없이 그는 호루라기를 가지고 다닌다.
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잠자기 위해서는 종일 눈을 뜨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동안에 자신을 번이나 이겨 내야 한다. 그것은 기분 좋은 피로를 가져오며 영혼을 마취시킨다.
그대는 자신과 화해를 해야 한다. 자신을 이기면 불만이 남기 때문에 화해하지 않은 자는 잠을 수가 없는 법이다.
그대는 동안에 가지 진리를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밤에도 진리를 찾아 헤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대의 영혼은 여전히 굶주려 있을 것이다.
그대는 낮에 웃어서 쾌활해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밤에는 우울의 위장에 의해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모든 덕을 쌓지 않으면 된다.
거짓 증거를 것인가, 간음을 것인가? 이웃집 여자를 보고 욕망을 일으킬 것인가? 그런 것들은 모두 편안함 밤을 방해한다.
그리고 우리가 모든 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거기에다 가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덕조차도 제때에 잠들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숙한 여자들과 같은 덕이 서로 적대시해서 싸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대를 서로 빼앗으려는 적대 행위가 시작되면 그때야말로 그대의 불행이 시작된다.
신과 이웃과도 평화롭게 지내라. 편안한 수면은 그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웃 속에 숨어 있는 악마와도 평화를 유지하라. 그렇지 않으면 악마는 그대 주위를 맴돌며 그대를 괴롭힐 것이다.

덕의 강단(p.32)’ 어느 현자의 강의 중에서

Monday, 15 May 2017

14 may 2017 솔거미술관





경주 나들이를 다니던 중 우연히 발견한 '박수근 특별전'
급하게 차를 돌려 경주 엑스포장 안으로 향했다. 비록 미술관이 입구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 한참을 걸어야했지만 즐거운 발걸음이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보관함에 가방을 넣고 돌아서니 그의 삶을 해석하는 글이 벽 한면 전체에 가득 차있다. 한참을 읽고 나서 미술관 내부를 돌아보며 다소 짧은(?) 시간동안 그의 그림에서 느낀점은;

힘들었던 그 당시의 우리 사회의 모습과 - 작가는 상흔이라고 표현하는 듯 했다 - 그 안에서 만들어진 작가의 정체성과 시각. 온통 날이 선 그의 그림에서 곡선은 굉장히 드물게 나타났다. 소녀라는 이름의 작품은 제목만 '소녀'이지 그 안에는 70대의 할머니가 들어있었다. 무표정한 얼굴과 세상의 짐을 잔뜩 지고 있듯 무거워보이는 어깨. 그 '소녀'도, 아이를 품고있던 여인의 모습도, 하물며 '목련'이라는 제목의 작지만 강렬한 작품에서도 곡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꽃을 직선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아니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나는 '그냥 보고 즐기는 전시'는 좋아하지 않는다. 예술가라는 존재가 세상에 남긴 흔적에서 그의 사상을, 예술의 궁극적인 가치를 사유하는 것을 사랑한다. 2016년의 내 슬로건이 '나는 책을 읽고 사유를 하며, 글을 쓰고 늘 배우는 사람이다.' 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큰 일도 아니다. 물론 '박수근'이라는 작가는 '국민화가'라고도 불리운다고 하지만 그에 대해 가진 것이 없는 내 무지를 탓해야함이 마땅하겠지만, 내가 솔거미술관에서 느낀 것은 전쟁 후 우리나라의 모습과 그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디며 이겨내려한 우리 자랑스런 대한국인의 모습이다. 독특한 기법을 가진 포토그래퍼의 전시회에 다녀왔다고 해야할까.

오늘의 경험으로 '박수근'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보고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큰 감흥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나 스스로가 작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느낌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입밖에 냈었다는 것은 기억해둘만한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중섭이 바흐와 같은 느낌이라면, 박수근은 헨델에 가깝지 않을까.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찾아온, '무지'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오늘에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알찬 하루를 만들어준 내 선택에 감사하다. 
역시 끊임없는 탐구, 그것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