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나들이를 다니던 중 우연히 발견한 '박수근 특별전'
급하게 차를 돌려 경주 엑스포장 안으로 향했다. 비록 미술관이 입구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 한참을 걸어야했지만 즐거운 발걸음이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보관함에 가방을 넣고 돌아서니 그의 삶을 해석하는 글이 벽 한면 전체에 가득 차있다. 한참을 읽고 나서 미술관 내부를 돌아보며 다소 짧은(?) 시간동안 그의 그림에서 느낀점은;
힘들었던 그 당시의 우리 사회의 모습과 - 작가는 상흔이라고 표현하는 듯 했다 - 그 안에서 만들어진 작가의 정체성과 시각. 온통 날이 선 그의 그림에서 곡선은 굉장히 드물게 나타났다. 소녀라는 이름의 작품은 제목만 '소녀'이지 그 안에는 70대의 할머니가 들어있었다. 무표정한 얼굴과 세상의 짐을 잔뜩 지고 있듯 무거워보이는 어깨. 그 '소녀'도, 아이를 품고있던 여인의 모습도, 하물며 '목련'이라는 제목의 작지만 강렬한 작품에서도 곡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꽃을 직선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아니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나는 '그냥 보고 즐기는 전시'는 좋아하지 않는다. 예술가라는 존재가 세상에 남긴 흔적에서 그의 사상을, 예술의 궁극적인 가치를 사유하는 것을 사랑한다. 2016년의 내 슬로건이 '나는 책을 읽고 사유를 하며, 글을 쓰고 늘 배우는 사람이다.' 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큰 일도 아니다. 물론 '박수근'이라는 작가는 '국민화가'라고도 불리운다고 하지만 그에 대해 가진 것이 없는 내 무지를 탓해야함이 마땅하겠지만, 내가 솔거미술관에서 느낀 것은 전쟁 후 우리나라의 모습과 그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디며 이겨내려한 우리 자랑스런 대한국인의 모습이다. 독특한 기법을 가진 포토그래퍼의 전시회에 다녀왔다고 해야할까.
오늘의 경험으로 '박수근'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보고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큰 감흥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나 스스로가 작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느낌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입밖에 냈었다는 것은 기억해둘만한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중섭이 바흐와 같은 느낌이라면, 박수근은 헨델에 가깝지 않을까.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찾아온, '무지'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오늘에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알찬 하루를 만들어준 내 선택에 감사하다.
역시 끊임없는 탐구, 그것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