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1 July 2016

2011. 06. 05. 21:34

오늘은 이곳 매리 아줌마의 생신이라 많은 분들이 파티에 오셨다. 우리네 파티와 다른 것은 시간. 점심때 생일파티를 한 것. 물론 이분들의 스타일일 수도 있지만 와주신 분들의 수를 봤을 때 일반적이지 않은가 싶었다.

엄청 많은 분들과 이야기 하고, 웃고, 심각하고... 대화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내가 참 말을 못하는구나.. 나... 한국말은 잘 한다. 언어를 잘 안다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잘 하는 것인데 여기서 내가 하는 말이란 몇 년 전 유럽에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름이 없었다. 나이는 적잖게 먹어가지고 애 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는 것.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그렇게 느끼는데...

나.. 스스로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왔고, 떳떳하게 '공인인증점수'를 말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 자신감이 지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요즈음 느끼는 건 ... 참 못났다 싶다는 것. 꼴에 영어 좀 좋아한다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2년을 선생짓–아마추어였지만–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다. 물론 경험이야 좋았고 그 때 난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역시 나 스스로 쫓기고 있었던 생각은 '과연 내가 이럴 자격이 되는가' 지금에서야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지금 이 생활에 답이 나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 호주에서 만난 한국사람들 보다는 내가 참 말을 잘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슬프기 그지없다. 한국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한 카페–지금 그곳에 내가 받았던 도움을 갚고자(?) 내 근황을 올리는 중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며칠 전에 멈췄지만–에서만 봐도 '영어 하나도 못하는데 걱정이네요',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영어공부 좀 할걸 그랬어' 이런 식의 푸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말을 그렇게 잘하지 못하고 있다. 못하고 있다고 봐도 맞을 만큼. 그래도, 오늘 이곳 주인 아저씨 동생분(쉐릴)과도 얘기했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어하는 것은 말할 수 있다. 명확하게. 내 생각을 '관철'시키지는 못하지만 '전달'할 수는 있다는 것.

누가 내가 쓰는 이 글을 보게 될지 모르지만, 만약 본다면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꼭 호주가 아니더라도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로 간다면 적어도 말은 좀 할 수 있을 때 가자. 수많은 워킹 홀리데이 메이커들이 '영어 실력도 늘리고, 경험도 하고, 돈도 번다'는 부모님 설득하기 좋은 말을 하면서 떠난다. 하지만 알아두자. 타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는, 어학이 목적이 아닌 이상, 이제껏 배운 것 혹은 알고 있었던 것을 사용하기 위해 오는 곳이지,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오는 곳이 아니다.

욕심은 버리자.

꼭 부려야겠다면 한 가지만 하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 글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효과를–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이겠지만–준다고 해도 상심은 말자. 모든 것이 미흡한 상태에서 결정한 것 또한 '하나의 욕심'일테니까

The mark of the im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die nobly for a cause, while the mark of a 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live humbly for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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