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19

2011.09. 18.

If you drop a stone to a pond, …

이제 알았는데 모바일에서는 글 수정하기가 안 되네요. 이미 컴퓨터를 꺼버려서 이렇게 다시 씁니다. 저한테는 중요한 얘기였던 것 같아서 혹시나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ㅎㅎ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너무 큰 목표를 정할 필요는 없단다. 작은 목표를 하나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룬 다음에 다음 목표를 다시 정하면 또 그 목표설정과 성취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이루고 싶었던 나만의 꿈이든, 언젠가부터 막연히 꿈꿔왔던 좀 더 실제적인 꿈이든 결국은 나의 목표를 향하게 되고 곧 이룰 수 있다’고.
마치 작심삼일을 반복하게 되면 언젠가는 내가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왔던 내 생각. ㅎㅎ 언젠가부터 그 작심삼일도 포기했지만.

근데 내가 오늘 들었던 얘기는 좀 다른 예였다.
연못에 돌을 던지게 되면 수면이 일렁이게 되고 언젠가는 벽에 부딪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돌이 떨어진 주위의 그 파장이라고.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은 그 파장이 벽에 부딪히는 것을 보려고 그 벽만을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 당장 일어나는 그 파장의 영향을, 크기를, 형태를 놓치게 된다는 뭐 그런 말이 아니었을까.

늘 하는 생각이지만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자주 그것들을 상기하느냐는 것이지.

너무 멀리만 보려 하지 말고 지금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고마워요 쉐롤 아줌마 :)

Wwoofing in Australia 2011 #18

2011. 09. 01.

많이는 아니겠지만 여러 분이 아시다시피 이미 오래전에 우퍼 생활을 끝내고 정말 돈 버는 일을 찾아 떠났었는데 뭐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네요, 호주. ㅎㅎ 짧게 짧게 이런저런 일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제대로 된 일은 못 해본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와중에 타일도 쳐보고 고기 공장에도 가보고. 여러 분들 덕분에 더 많은 좋은 여러분들을 만나게 됐던 것 같아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ㅎㅎ

몇 주 전에 달팽이 농장 아빠, 클리프 아저씨 생신 때 초대를 받고 달팽이한테 다녀왔었는데요, 오늘은 클리프 아저씨랑 메리 아줌마가 곧 프랑스에 '사업차' 출장(말이 출장이지 ㅎㅎ 여행이래요. ㅎㅎ)을 간다고 farewell party를 할거라고 초대를 받아서 또 다시 여기에 왔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땐 프랑스계 캐내디언이 있었는데요 이번엔 일본계 브라질리안. 완전 동양인처럼 생겼는데 말할 때 '브라질에서는....' 이러니까 좀 어색 하더라고요ㅎㅎㅎ

오늘은 토요일, 늘 그렇듯 외식하는 날. 꺄오ㅋ 덕분에 또다시 치킨 파미지아나를 먹었답니다. 5명이 갔는데 메뉴가 4개밖에 없는 거예요. 다들 하나씩 나눠주고 브라질 친구가 자기 것 같이 보자고 내밀길래 난 절대 필요 없다고 하고 다같이 한참 웃었습니다. 이미 3개월 전에 내 메뉴는 고정됐다고. ㅎㅎ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래층에 가지 말고 아저씨가 계시는 '2층에 소파에서 잘래?' 물어보시길래 '저 소파에서 자는 거 되게 좋아해요.' 이랬더니 진짜냐면서. ㅎㅎ 근데 저 정말 소파에서 자는 거 좋아하거든요. ㅎㅎ 덕분에 엄마한테 늘 혼나고.... 땀 흘리면서 잔다고ㅎㅎ 뭐 어쨌든 지금 다들 주무시고 저 혼자 소파에 앉아서 이렇게 한마디 적고 있습니다.

처음에 초대를 받았을 땐 이게 꿈인가 생신가 했어요…. 현지인한테 초대를 받다니 오호~ 그 당시에 생각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초대 받게 되면 지금만큼 좋을까 했었던 거 같아요 (어... 클리프 아저씨 잠꼬대 하시네요... 영어로;;). 근데 며칠 전 전활 받았을 땐 처음보다 더 좋더라고요. ㅎㅎㅎ

오늘 저녁 먹고 다 같이 들어와서 소파에 앉아서 럭비(무슨 월드컵 같은 거라네요. 키위랑 아일랜드가?) 보는데 와.... 정말 내 집에 와있는 것 같은 푸근함. 완전 그리웠던 것 같아요. 흙. ㅠㅠ 모든 게 다시 막 떠오르더라고요. 심지어 마스터쉐프까지ㅎㅎㅎ

한동안 일 때문에 골머리 싸매고 있다가 이렇게 다시 여길 오게 되니 자연히 호생생 생각이 나길래 오랜만에 인사드렸습니다. 어서 빨리 제게도 편안한 시간이 와야 할 텐데 말이죠.... 그래야 좋은 경험도 하고 돈도 벌고 카페에 좋은 글도 남기고 그럴 텐데 요즘은 원체 여유가 없어서 킁;;

지금 다들 어디에 계시든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셨고, 보내고 계시길 빌게요. 저한테도 좀 빌어주세요. ㅎㅎ 굿나잇 에블바디~

아래 사진은 오늘 다시 찾은 내 사랑 치킨파미지아나 입니다. ㅎㅎ 아.. 너무 좋아.. 또 먹고 싶어요. ㅎㅎ 오늘 식당직원들이 사진 찍어갔어요 자기네 페이스북에 올릴 거라면서. 그래서 저도 한마디 했죠 '나도 내 페이스북에 올리게 아가씨 사진 하나 찍어도 될까요?' ㅎㅎㅎ





Wwoofing in Australia 2011 #17

2011. 07. 01.

   다른 문화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잠깐씩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는 한없는 친절을 느낄 수 있지만 내가 이곳 호주에서 한동안 지내오면서 느끼게 된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좀 무뚝뚝해 보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함께 지내보면 우리나라 사람만 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이곳 주인들과 잘 지내고는 있지만 한 번씩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게 되면 그제야 드러나는 모습이 그 누군가의 실체라고들 하지 않던가.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내 습관에 관해서다.
   며칠 전, 6주간 머물던 이곳에 ‘이제는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흘 뒤에 떠나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계획이 어떻게 되냐며 ‘네 경험과 시간을 위해서는 아쉽지만 우리도 보내줄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아쉬움을 보였다.
이 ‘사흘’의 시간은 내가 처음 5/23에 이곳에 왔을 때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집에 대한 칭찬을 연신 퍼부어가며 ‘너무 좋지만 그리고 그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야 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사흘 전에 얘길 할 테니 너무 당황스러워 하지 마시라’고 얘기했을 때 정해져 있던 시간이다. 그동안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웃을 일도 찡그릴 일도 많이 있었는데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나 스스로 그 사흘을 견디며 다시 우리의 관계를 돌려 놓곤했던 중요한 시간이었다.

   얘기를 하고 사흘째인 떠나는 날 아침, 주인아주머니께서 내 방으로 내려오셔서는 얘길 좀 하시잖다. 이제껏 이런 일이 없었기에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생각해봤지만 결국 없었을뿐더러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일을 기억해 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한 것이었다. 아주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혹시 아직 비행기 표 예약이나, 일할 곳이 정해진 것이 없다면 2주만 더 머물러 주면 안 되겠냐. 네가 만약 그렇게 해준다면 $600을 주겠다.’ 순간 머리가 복잡했다. 첫째로, 나는 이곳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그동안 늘 최선을 다했고 거짓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내 선택이 내가 그동안 만들어 놓았던 이미지를 깎아내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둘째, 내 지금 제정상황은 그다지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는데 자던 곳에 자고, 하던 일을 하고, 만나오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 가치를 생각했을 때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것, 셋째, 아직 확실하지 않은 계약밖에 없는 상황에서 2주라는 시간은 내게 적잖이 달콤한 시간이었다. 잠깐의 생각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고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So far. 내가 좋아하는 꼬꼬도 먹으면서.
   아주머니께 준비해서 올라갈 테니 조금 있다 다시 보자고 말하고 샤워를 하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내 첫 번째 고민이었던 이미지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충분히 처음에 이야기했던 약속을 지켰으며 그들도 내 마지막 노티스를 받아들였고, 이로써 모든 것은 순조로이 흘러온 것이었다. 미안해야 할 사람은 아주머니였다. 그날은 내가 다시 시티로 들어오는 것을 축하해주기 위한 조촐한 자리가 계획되어 있었고, 그 갑작스러운 제안에 난 내 지인들의 배려를 무시했다. 그 외 두 번째, 세 번째 문제는 아직은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오늘, 일과를 마치고 저녁으로 파스타를 먹고 있는데 TV에 일본의 진주만 폭격의 피해자들에 관한 영상이 나왔다.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일본의 만행을 비판하는 내용인 듯했다. 문득 생각 난 것이 ‘내가 무엇 때문에 그동안 그토록 일본을 싫어했던가’와 ‘그 외 외국인들이 알지 못했던 사실에 관해서 이야기 해줘야겠다’였다. 내가 그들을 그렇게 증오하게 된 것은 일제 침략기 시절, 그들 중 몇몇 군인이 우리의 땅에서 이미 숨진 우리나라 사람의 시체를 가지고 놀고, 그 위에서 아주 즐겁게 웃으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부터였다. 그 당시 난 14살 아이였으며 약 50장 정도의 사진을 봤고, 그 충격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그들은 전쟁 당시 우리네 국명을 Corea에서Korea로 바꿨으며, 우리 여성들을 노예로 데려가 성 노리개로 삼았으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독도까지 훔쳐가려고 용쓰고 있다’까지 이어졌다.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생각되고 말도 제법 잘했었다고 생각된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역사는 역사일 뿐이지만, 누구도 그 개인의, 민족의, 국가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결코 그 역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라고, ‘Our scars have a power to remind of the past is real… like this.’ 이Like this는 내가 만났던 첫 번째 호스트의 농장에서 일하면서 Lantana라는(스펠링은 정확하지 않음) 나무에 긁혀 생긴 상처인데, 그 시궁창 같은 곳에서의 시간이 이 상처로 늘 기억될 것이라고 다 같이 종종 이야기해왔었기에 다소 무거울 수 있었던 얘기지만 유쾌하게 매듭을 지었다.



한국에 있을 때, 주로 외국영화를 보며 괜찮다고 생각되는 대사는 언젠가는 쓰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계속해서 적어놓는 버릇이 있었는데 저 대사는 영화 ‘한니발’에서 앤딩 즈음에 렉터박사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했던 말이다. 당시에 난 그 말에 너무 빠졌고, 무슨 말인지 알기 위해 50번쯤은 그 부분을 돌려봤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저 대사 말고도 ‘나쁜 녀석들’, ‘롱 키스 굿나잇’ 등등 많은 대사를 써먹었던 것 같다. 비록 창의적인 방법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으나, 내 이 습관 덕분에 오늘 저녁의 대화를 멋지게 마무리 지었고, 누군가가 강조했던 위트도 놓치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을 결코 미래와 연결할 수는 없다. 오로지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봤을 때만이 그 점들을 연결할 수 있다’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기조연설에서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이 이미 내가 해 오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돌이켜보면 참 많은 것들이 우리네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의 대화에서 내게 도움을 줬던 것들.
1.    필기하는 습관
2.    영화 ‘한니발(혹은 레드 드래곤)’
3.    The Presentation Secrets of Steve Jobs’
4.    Steve Jobs' Commencement speech at Stanford 2005

Wwoofing in Australia 2011 #16

2011. 05. 31.

거짓말처럼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이것저것 모든 것이 다 새롭고 신기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한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주 많은 것들이 소소해지고 감흥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게 되죠. 처음엔 모든 것들이 신기했던 날들도 지나고 이제 어느덧 저 스스로 적응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저녁을 먹고 소파에 다 같이 앉아서 Master Chef 보면서 잠깐씩 얘기하다가 내려와서 컴퓨터 잠깐 하다 잠이 들고, 다음 날은 조~오금 다른 일들이 벌어지지만 크게 변함은 없고 하루하루가 거의 비슷하게 지나가더라고요.

지금 여기서 우핑을 하면서 느낀 것은 노후에, 퇴직 후? 여생을 보내기에는 정말 멋지겠다는 거예요. 오늘은 일과가 좀 늦게 끝났습니다. 저녁 시간이 됐다 싶어서 씻지 않고 바로 올라갔더니 두 분이 난간에 기대서서 오늘 정리한 화단을 물끄러미 보고 계시더라고요. 오늘 화단 정리를 하고 새로운 자갈을 사 와서 깔고 저녁엔 물청소까지 하고 났더니 정말 보기 좋더군요. 호텔 뒤편에 있는 수영장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우핑을 계획했던 목적이 호주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는데요, 한 달 만에 해결될 문제는 당연히 아니었겠지요.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제 돈을 좀 만들어야 다음 나라로의 여행을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처음 계획했던 두 달은커녕 중간 중간에 있었던 공백기를 빼면 3주도 채 못한 지금이지만 새로운 호스트를 찾아서 떠나지 않는 이상 일과는 크게 다름이 없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지금도 그렇다 보니 포스팅에 대한 욕심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요.

더군다나, 여기서 나가서 새로운 호스트를 찾는다거나, 혹은 일자리를 찾는다면 숙박비며 기타 비용이 기가 막히게 발생하겠지만 여기서는 호텔 같은 숙소에 매일 스테이크 먹으면서…. 달팽이는 언제 먹나 기다리면서. ㅎㅎ 인터넷도 맘껏 쓸 수 있다 보니 시티로 나가는 것이 좀 어렵습니다. 한동안은 이곳에서 더 머물겠지만 크게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당분간은 포스팅을 쉬고 싶습니다. 엄청 인기 있고 재미있는 글은 아니었지만 잠깐이나마 계속해오다 보니 저녁마다 '마감압박' 비슷한 것에 사로잡히더라고요. ㅎㅎ

이제 슬슬 진짜 직장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찾고 이력서 정리하기 시작하다 보니 심리적인 압박과 저녁 두 시간 가까이 일기 쓰랴, 정리해서 포스팅 하랴. 시간적인 압박감에 적잖이 휩싸이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재미없는 글 시간 내서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벌써 와 계시는 분들, 곧 오실 분들 모두 이곳에서의 생활 건강하게 즐기다 갑시다. 돈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요.^_^
고맙습니다.


아....
지금 이곳 달팽이 농장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아저씬가.... 아줌만가? 한 분이 여쭤보시더군요.
"이전 우핑은 어땠냐?"
"뭐 신기했죠. 말도 타고, 왈라비도 보고, 빨가벗고 계곡에 수영도 하고…. 근데 제가 느낀 것 중에 제일 큰 건 이거였어요. 반복 속에서 변화를 발견했다는 겁니다!"

몇 년 전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사막에서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을 보면서 끊임없는 권태에 시달리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래언덕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모습을 바꾼다. 짐승 모양의 어떤 형상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언덕이 됐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그 변화를 발견하는 순간, 더 이상의 권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에서 읽고, 누군가에게 듣고, 어디선가 보고....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 겠죠.

저 글을 읽은 분들도 많으실 것으로 생각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잊고 지내다가 한 구절을 접하게 되면 '아 이거 봤던 건데, 들었던 건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 이건 상관없는 얘기군요. ㅋ)

모든 생활이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사소해지게 됩니다.
그 권태가 찾아올 때, 조금만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곳에서의 힘듦,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찾아올 권태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다 같이 힘내자구요!

우핑의 본 취지와는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Who gives a shit! 내가 느끼면 장땡이지 안 그런가요? ㅎ

 
하우스 파사드와 메리 아줌마

 
어제, 이곳 지역 포털사이트에서 취재 나와서 인터뷰하시는 클리프 아저씨.
아저씬 카메라 든 사람 맞은편에 있는 기둥 뒤에 숨으셨다. ㅋ

 
어제. 화단 정리하다 발견한 뱀 껍질... ‘타이거 스네이크’라고 한다
내 손 물리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던지.ㅋ

 
LAMB STEAK와 채소들. 당근 맛이 기가 막혔다. 한국에선 당근 싫어했었는데, 더 달래서 싹 비웠다. ㅋ

 
티스푼, 밥 숟갈, 국자 비슷한 콩 푸는 숟갈ㅋ 엄청나게 컸다
동생 꺼, 내 꺼, 아버지 숟가락ㅋ

 
마스터 쉐프에 푹 빠진 메리 아줌마. 사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웃으시더니 곧 저 포즈를 잡으셨다. ㅋ 옆에서 쿨쿨 자는 부츠님. ㅋ

Wwoofing in Australia 2011 #15

2011. 05. 30.

지독한 두통도 지난밤에 내린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갔는가 보다. 다행히 일어나니 씻은 듯이 개운했다. 어제 두통 덕에 못했던 샤워를 아침에 했다.
어제 너무 아팠던 탓일까. 일어나자마자 가요가 듣고 싶어졌다. 어제저녁 샤워를 건너뛰어 찝찝했던 참에 가요 몇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놓고 샤워를 시작했다.

누군가 그랬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사람 사이에 있었던 좋지 않은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좋은 기억만 남게 된다고. 정말 그럴까. 보통 좋지 않은 기억이 더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오늘, 내가 올려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예전의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가, 시간이, 아주 예쁜 포장지에 싸여 내게로 왔다.

다소 좋지 않게 마무리를 지었던 사람과의 기억이었지만 이미 그때의 미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떤 대화를, 어떤 몸짓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따뜻한 햇볕과 아름다운 풍경만큼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 각자의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모두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좋은 아침이야.

지독한 두통을 이겨낸 어느 아침.
이라고 아침에 급하게 적어 놨었다. ㅋ 이제 보니 좀 그런 듯. ㅋ


오늘도 늘 하던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달팽이 집 뚜껑을 열어주고 한동안 글렀던 청소를 시작했다. 오늘 추가된 임무는 당근 같은 특별식사의 찌꺼기 수거. 와...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아서 폰으로 노래도 틀어놓고 휘파람까지 불면서 할 수 있었다.

허리는 좀 아팠지만, 이 집에 와서 아마 제일 즐겁게 일한 날이 아닐까 싶다. 다른 쉘터에 있는 달팽이 식탁도 청소해주고 솔질까지 해줬다. 다하고 나니 다들 사라지셨다. 아마 점심을 준비하고 계시리라. 빙고. 집으로 갔더니 브렌트 아저씨가 와계셨다.
‘헤이 브렌트~’
‘헤이 이든, 어제 생일이었다며, 축하해!’ ㅎㅎ
잠깐 인사를 나누고 신발을 갈아 신으러 내 방으로 갔다가 2층으로 올라갔다.

오늘의 점심은 토스트에 sorta 스크램블을 얹은 것. 와 맛있다. 지난번에 아저씨가 해줬던 스크램블만큼 맛있었다. 버섯도 있고 베이컨도 있고 토마토도... 맛있게 먹고 설거지를 하러 갔더니 됐단다. 식기세척기 쓰실 거라고. 좋다. 식기세척기 덕분에 점심 먹고는 잠깐 소파에서 낮잠을 잘 수 있었다. 두 분이 말씀 나누실 때 잠깐씩 깨기는 했지만 제법 달콤한 낮잠이었다.

오후의 임무는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쌓인 낙엽을 ‘쓸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어내는 것’ ㅋ 일종의BLOWING JOB!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기계가 흡기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배기까지 가능했다. 이름하여 BLOW-VAC. 전에 그나마 좀 작은–우리나라의 무선 진공청소기처럼 생긴–기계만 쓸 때도 굉장하다고 생각했는데–그건 배기밖에 안 됐다–이건 정말 대~단했다.

두 시간 가까이 blowjob을 했더니 손이 얼얼했다. ㅎㅎ 다행히 아저씨가 잘 했다고 이제 쉬라신다. 나머진 아저씨가 하시겠다고. 그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rake로 열심히 끌어냈다. 드디어 일과 종료. 이제 샤워해도 되죠? 물었더니 푹 쉬고 6시쯤 올라오라신다.

방으로 가서 일단 샤워부터 하고 방 정리 좀 하다보니 시간이 다 됐다. 오늘은 컴퓨터를 좀 쓸 수 있을 것 같아 랩톱을 가져갔다. 올라갔더니 아줌마는 다림질을, 아저씬 저녁 준비를 하고 계신다. 오늘의 메뉴는 빵… 으로 보이던 음식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또 스테이크다.

‘바비큐 어겐?’ ‘왜 싫어? ㅋㅋ’ 하신다. 알러뷰 소마취를 외쳤다. 파인애플과 함께 구운 스테이크는 늘 그렇듯 멋졌다! 네 조각을 구웠는데 각자 한 조각씩 먹고 나니 배가 다들 부르신 듯 했다. ‘남은 건 부츠 껀가요?’ 물었더니 아니란다. 그럼 제가 먹어도 되나요? 했더니…

아저씨가 ‘글쎄 저거 먹으면 내일 더 열심히 일해야 해!’이러신다. ‘Of course, I promise’ 아마 외국 나와서 처음 한 약속이 아닐까 싶다. ㅎㅎ 고기를 집다가 생각나서 다시 물었다. ‘If I don’t have it, can I get a take-off tomorrow?’ 오마이갓. 그렇게는 안 된단다.ㅎㅎㅎ 농담도 하고 많이 컸다.ㅋㅋ

아저씨랑 나눴던 농담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는  며칠 전 불놀이하러 갈 때, 처음 보는 곳으로 가다 보니 창고 같은 건물이 있는 거다. 그래서 물었다. 저건 뭐에요? 저것도 아저씨거에요? 물었더니 우물쭈물하시길래 ‘Is that a secret army factory?’ 했더니 그렇단다! 어떻게 알았냐면서... 그러고 차에서 내려서 나뭇잎(말이 나뭇잎이지 나무였다)을 끌어 내리는데 좀 멀리 수풀에서 소리가 나길래 ‘저거 뭐에요?’ 물었더니 코끼리거나 악어란다. 맙소사. ㅋㅋㅋ 이 아저씨 나를 7살 애로 보시나... ㅎㅎ

저녁을 정말 맛있게 먹고 또 설거지하러 갔더니 점심때 먹은 식기를 넣어놓았던 식기세척기에 마저 집어넣으라신다. 와... 아직도 안 하고 놔뒀다니...뭐 덕분에 할 일이 줄었다. 세척기에 넣을 수 없는 몇 가지만 내가 손으로 씻고 지금 다 같이 모여서 요리프로그램 보고 있다. 커피 한 잔씩 하면서. 좀 전에 광고가 나오길래 지난번에 다 같이 보려고 했지만 폰으로 보기엔 소리가 너무 작아서 못 봤던 ‘어머니의 날’ 동영상을 같이 봤다. (http://www.youtube.com/watch?v=bhcA4Ry65FU)

정말 편안하다. 마치 내 집보다 더 편한 듯. 일하는 몇 시간 동안은 아저씨가 잘 안 웃으셔서 좀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참 따뜻하게 봐주시니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다. 아저씨도 피곤하실 테니까. 오늘은 두통 없이 잘 수 있겠지. 편안한 밤이다.

다들 굿나잇.

 
이젠.... 냄새가 좀 나는 부츠.
나름 애교라고 배 깔고 앞발로만 기어서 앞으로 간다. 마치.... 우리나라 길거리에 보면 있는 그....
아시죠? 옛날에 노래 틀어놓고 앞에 조그만 바구니 놔두고 기어 다니던 Beggers..
얘가 이 짓을 자주하는데 처음 봤을 때 그게 생각났어요... 자꾸 보다 보니 귀엽더군요. ㅎ

Wwoofing in Australia 2011 #14

2011. 05. 29.

오늘은 내 생일! 어제 내일은 하루 쉬겠다고 말했더니 그러라신다 옹싸. 어젠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늦게 잤는가 보다. 눈떠보니 12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씻고 올라갔더니 이미 아무도 안 계신다. 달팽이들한테 갔더니 거기 계신다. 인사 짤막하게 하고 요리하러 갈게요~ 미역을 불리고 소고기를 다지고 지글지글 보글보글 냄새가 근사해져 간다. 오랜만에 냄비 밥도 했다. ‘내가 여기 사람들처럼 밥을 전자레인지에 할 수는 없지! 비록 동남아 쌀같이 윤기도 찰기도 없는 쌀이지만....’

 

어제 우연히 선반을 구경하다가 발견했는데 참기름도 있고… 맙소사 다시다도 있다!! 올해 말까지 먹을 수 있는 것! 놀랠 노자다. 지난번에 한국인 아가씨가 왔다 갔다더니 그분이 사 놓으셨겠지.. 잘 쓸게요.. 한국에서는 다시다 따위 쳐다도 안 봤었지만 왠지 당겼다. 참기름에 소고기 볶고 내 사랑 후추 님도 좀 넣어드렸다. ㅋㅋ 기대된다. ㅋ 미역도 볶고 물 투하.. 어느 정도 지나니 미역이 미역국에 들어있어야 할 색깔로 변했다.

밥도 어느 정도 다됐고. ‘다들 모이세요. 곧 다 됩니당’ 어익후. 밥을 너무 적게 했나 보다.. 다 먹고 미고랭을 좀 해야겠군. 다시다까지 들어갔는데.. 간 할 때 다시다를 생각 못 하고 간장을 너무 넣었었나 보다. 짜다. 근데 이분들 잘 드신다. 하긴 워낙 짜게 드시니까. 맛있으시단다. 다행. 근데 좀 적죠?’ 했더니 괜찮으시단다. ‘전 좀 적어서 인도라면 좀 해먹으려는데 같이 드실래요?’ 물었더니 아저씬 그런다고 아줌마는 쪼끔만 드시겠단다.

 
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다 먹고 나서야 사진을 깜빡한 게 생각났다. 마덜 쏘리당...ㅠ

‘배부르시다며요’ㅡ,.ㅡ 3개를 가져와서 끓였다. 내껀 젤 많이ㅋㅋ 적당히 덜어서 가져다 드렸더니... 젠장… 미역국 드렸을 때랑 반응이 다르다. 진짜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드신다. 얼마 먹을 것도 없는 걸… 다 드시고 나서도 ‘매운데 그렇게 안 매워, 맛있다~’

하긴... 내가 먹어도 미고랭이 더 맛있긴 했…;; 근데 이 아저씨 뭔가 잊어버리신 것 같다. ‘아저씨, 이거 나 여기 처음 왔을 때 아저씨가 해주셨던 거랑 똑같은 거라구요ㅋㅋㅋ’ 말은 안 했지만… 목구멍까지 차올랐었다. ㅎ 다 먹고 설거지도 하고 ‘이제 내려가서 쉴게요~’ 계속 쉰다. ㅋ 너무 쉰다고 질투하셨나.. 두통이 찾아왔다. 왜지.. 뭐지..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온 두통 덕에 4시가 좀 지나 자리에 누웠다.

저녁 시간이 됐는지 메리 아줌마가 깨우신다. ‘이든, 저녁 먹으러 와~’ ‘넹’ 올라갔더니 오늘 저녁은 오므라이스 같은 거다. 오 맛있겠다. 새우도 있고… 호주 사람들 어떻게 메뉴가 매일 다를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 근데… ㅅㅂ 너무 짜다. 정말 음식 맛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짰다. 거기다 내껀 왜 그렇게 많은지... 빵이나 따로 있다면 몰라도... 밥도 남은 게 없다. 억지로, 정말 최선을 다해서 먹었다. ‘와 맛있어요ㅠ 짠맛!’ 미션 성공. 다 먹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찍 내려갈게요.’ 밥만 축내고 토끼는 것 같았지만 소파에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내려오자마자 넉다운.

 

하지만 잠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견딜 수 있는데 까지 견뎌보자. 생일인데 아깝잖아. 근데 너무 힘들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조심. 원래 약을 싫어해서 한국에서도 바르는 약밖에 안 가져왔는데 오늘따라 두통약 생각이 간절했다. 웹서핑을 좀 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누웠는데 미치겠는 거다. 생일 날 밤에 무슨 날벼락이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다 보니 지난번에 담에 걸렸을 때 아줌마가 주셨던 진통제가 생각났다. 아 그거라도 먹어야겠다. 껌껌한 방을 뒤져 약을 찾아 먹었다. 효과가 있겠지. 있어라. 간절히 빌다 보니 10분이 흘렀다. 아... 예전에 한국에서 두통이 너무 심해서 두통약을 생전 처음 먹어봤는데 직방이더니 이번엔 글렀구나 싶었다. 15분쯤 됐을까 누워 있다 보니 잠이 들었다. 내일은 괜찮겠지.

다소 엉망인 날이었지만 그래도 생일 축하해 동화야. 비록... 부모님이랑 통화는 못 했지만 집에선 음력생일만 챙기니까 그러실거야! 동생한테는 축하도 받았고 브리즈번에서 만난 친구들한테서도 메시지를 여럿 받았다. 뭐 괜찮은 생일이었어. 그래도 좀 아쉬운 건... 해외에서 맞는 첫 번째 생일인데. 너무 쓸쓸했던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오후의 하늘. 저 구멍으로 내 두통이 내려왔나?

Wwoofing in Australia 2011 #13

2011. 05. 28.

내일은 내 생일이라고 아저씨와 함께 미역을 사러 나섰다. 오후에 갈 줄 알았었는데 아저씨가 알고 있는 마켓이 오후엔 문을 다 닫는다고 해서 10시쯤에 집을 나섰다. 제법 먼 거리를 달려 카불쳐에 도착. 하지만 아저씨가 알고 계셨던 그 가게는 이미 다른 집으로 바뀌어 있었고 우린 패닉에 빠졌다. 급하게 아이폰의 힘을 빌려 카불쳐에 아시안 마켓을 검색해서 찾아갔지만, 우리가 찾은 건, 말도 안 되는 가게들. 다시 한국상점을 검색 근처의 몇 곳을 알아냈다. 근데 이게 문제. 바로 ‘몇 곳’.

두 군데를 정해서 위치를 아저씨한테 설명하고 거리를 비교하고 있었는데 ‘어디를 가고 싶냐’라고 물어보신 거다. 가까운 데로 가자고 했는데 잘 전달이 안 됐는가 보다. 아저씨가 ‘You are confusing me’라고 했는데 내게는 ‘You are fucking annoying me’ 라고 들렸다. 가까운 데를 가자고 했지만 이미 다른 차선에 들어서 어쩔 수 없단다. 300m 떨어진 곳을 놔두고 700m 멀리 있는 곳으로 갔더니… 1시에 문을 연단다. 영업시간 외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도 짜증 나기 시작. 내가 못됐는지는 몰라도, 아저씨가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벌어진 일인데 카불쳐라는 곳에 처음 와보는 나한테 길 좀 잘못 선택했다고 그렇게 짜증을 내다니…. 미워.

할 수 없이 그냥 돌아가자고 했더니 뚝심인지 다시 300m 떨어져 있던 데로 가보자고 하시며 차를 돌렸다. 흠… 이 집은 12시에 오픈이란다. 매일. 25분쯤 남았었는데 기다려보자고 하신다. 속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기다리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12시가 됐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두 군데 다 불통이길래 메시지를 남겼는데… 흠…

12시가 지나자 아저씨가 저 앞에 성인용품집 문 열었다고 한번 물어보라고 하신다. 헉! 성인용품점… 한국에서도 한 번도 안 가본 데를 가라고 하시다니.... 냉큼 갔다. ㅋ 핏.. 별거 없었다. 대신 입구가 좀 길고 꺾여있다는 것. ㅋ 퉁퉁한 아줌마가 ‘메이 아이 헬프 유’하신다. ‘요 앞에 한국가게 주말에도 영업하는 거 맞나요?’ 했더니 좀 플렉시블 하단다. 오늘은 아무도 못 봤고.... 나도 아무도 못 봤다. 암튼 고맙다고 나와서 아저씨한테 상황 보고하고 다시 좀 기다렸다.



12시 반이 가까워 오자 ‘얘네들 안 올 거 같아요 그냥 가요’ 했더니 이번엔 진짜 간다. 가기 전에 근처에 울워스에 들리잖다. 뭐 사실 거냐고 물었더니 ‘담배’ 이러신다. 정확히 ‘cigarette’ 요렇게만. 흠. 괜히 짜증 나는 바람에 신라면이라도 사야겠다 싶어서 나도 갔는데 한 봉지 1.5? 안돼. 미고랭을 골랐다. 담배도 50g짜리 하나 사고. 계산하고 나오는데 젊은 총각이 따라 나와서 ‘설~’ 어쩌고 한다. 아저씨가 담배를 빠트렸던 거다.. 와 여기 사람들 친절하구나!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두 번째 들렸던 집이 오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가서 기다려보잖다. 어차피 돌아가는 길이라고.. 그래요..

가서 잠깐 기다렸더니 한국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50분쯤 됐을 때 아가씨 한 분이 가게 문을 열었다. 아저씨랑 둘이 들어가서 미역 있냐 물었더니, 있단다! 놀랬다! 카레나 사려고 왔는데.... 청정원에서 나오는 미역이었다. 오! 굿. 점심때 매운맛을 보여주자 싶어서 라면도 샀다. 진짜 맵게 끓여드리죠… 케케 아저씬 이런 데가 처음이신 듯했다. 신기한 듯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 하시다가 오뚜기 설렁탕이 맘에 드시는가 보다. 이건 매운 거 아니다라고 했더니 드셔 보시겠단다. 싸비스로 하나 사준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고맙다는 말을 안 하신다. 응? 여기 사람들 그런 말 잘 하지 않나? 나중에 돈으로 주려고 그러시나? 당연하다고 생각 하시는 건가?

그렇게 장을 보고 들어오는데 집에 다 와서 드라이브 웨이에서 차를 세우신다. ‘저 앞에 뱀 있어!’ 이러면서 내렸다. 진짜 뱀이 꼬리가 터져 죽어 있었다. 그런 거로 죽나? 신기했다. 이름이 RED BELLY BLACK 이라고 하신 듯. 독이 있고 굉장히 위험한 뱀이란다. 그렇군.


Red-bellied black snake였군

집에 도착해서 짐 대충 풀고 라면 세 개를 끓였다. 메리 아줌마는 방금 점심 드셨다고 맛만 보신다길래 두 개는 다시 선반에 넣어놓았다. 보글보글. 잘 끓는다. 간을 살짝 봤더니....아.. 한국의 맛이다. ㅋ 고생 좀 하시겠군. 세 그릇에 덜어서 가져갔는데 아줌마는 잘 드시는 반면 아저씬 마치 순간 결핵 환자가 되신 듯했다.

지난번 언젠가 우리가 가끔 음식 먹을 때 내는 소리에 관해서 설명을 한참 했었다. 문화적 차이일 뿐이라고. 100% 공감해주시더라. 아줌마한테만 살짝 설명하고 힘껏 소리 내서 먹었다. 와 맛보다 소리내면서라면 먹을 수 있는 기쁨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다른 데서는 스파게티처럼 쪽쪽 먹다가 다 먹고 나면 한동안 입술 전체가 매워서 고생 깨나 했었는데.. 결국, 아저씨는 그 한 그릇밖에 못 드셨고, 난 어제 먹다 남은 밥까지 말아서 완전 빅 런치를 먹었다. 설거지는 늘 내 담당. 내가 하는 게 훨씬 속 편하지. 점심 먹고 언제 일하러 가냐니까 금방 간다 하신다. 몇 시쯤 가냐고 다시 물었더니 ‘I’ll come down and get you’ 오키. 그럼 좀 가서 누워야지.. 완전 달콤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려 나갔더니 차에 타라신다. 지금 할 일은 드라이브 웨이 갓길 청소. 떨어진 큰 나뭇가지 등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아줌마 차에 끌고 내려온 트레일러에 한참 동안 덤불을 싣고 집으로 출발. 가지고 온 덤불을 내리려고 했더니 됐단다. 곧 태울 거라고. 어디서 태우냐 물었더니 조~기서 하실 거란다.

정말 공터가 있었다. 우리가 가지고 온 양은 생각보다 많았다. 차곡차곡 쌓고 불을 붙였는데, 간혹 완전 흠뻑 젖은 것들이 있어서 잘 안 탈 줄 알았는데, 기름도 없이 너무 잘 탄다. 불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완전 신나서 뛰어다니면서 불 살피다가 아저씨한테 사진을 부탁했다. A real hot fireman! 캬캬. 다 정리를 하고 내려와 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아저씬 와인. 농담 좀 주고받고 하다가 저녁 먹으러 출발.

 
뭐가 문제일까.. 뭔가 이펙트를 준듯한 원본ㅋ

오늘은 디너아웃. 가까운 마을에 있는 ‘호텔’로 간단다. 호텔? 오… 그래서 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조리 신고 가도 되나요?’ 물어봤더니 안 된다고 했다. 내가 감은 최고라니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진짜 호텔인데 우리랑 호텔이라는 기준이 좀 다른 듯. 모텔 1층에 달린 레스토랑이었다.

벗. 음식 맛은 괜찮았다. 식사가 나오기 전 문신이랑 우리 가족에 대한 얘기를 좀 하다가 음식이 나오자 다들 합죽이. 나중에 ‘식사 중엔 말하는 거 싫어하세요?’ 물었더니 그렇단다.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싫으시단다. 흠. 암튼 잘 먹었어요. 다 먹고 밖에 담배 피우러 갔다가 한 분 한 분씩 들어가시길래 화장실 가시나보다 했는데 아니었다.

 
죽였다. 특히 감자

아저씨가 들어가시고 웬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걸어오셨는데 이 아저씨 완전 재미있다. 둘이서 시작한 대화가 3, 4…. 나중에 5명까지 됐다. 우프 하는 중이고 한국에서 왔고.. 어쩌고저쩌고 얘기하고 웃고 떠들다가 한참을 기다려도 안 나오시길래 구경이나 하자고 들어갔더니 슬롯머신에 베팅 중이시다.

나빠요. 재미는 별로였지만 구경 좀 하다가 나와서 비 오는 거 쳐다보고 있는데 아저씨가 다 끝나셨는지 나오셨다.
‘좀 땄어요?’
‘아무도 못 따’ ㅋㅋ
그러고 있는데 아까 마지막에 대화에 참여했던 아저씨가 가까이 오셨다. 올해 46이라고 하셨던 듯. 23살의 아들이 있고 베리 리스펙트풀 하단다. 만국 공통 자식 자랑.

이 아저씨가 말을 한참 하자 클리프 아저씨가 말벗이 돼주고 난 빠졌다. 두 분 얘기하시는 걸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보니 갈 시간. 아줌마가 나오셔서 아저씨한테 자꾸 눈치 주신다. ㅋㅋ 그 아저씨랑 악수하고 빠빠이. 차로 돌아가는 길에 아… 저 아저씨 완전 힘드신가 봐요.. 근데 대화 중에 기억나는 건 저 아저씨가 ‘you know’를 5천 번쯤 썼다는 거랑 ‘but’을 3천 번쯤 썼다는 거에요. 잠깐 웃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까 그 아저씬 뭔가 나한테 불만이 있는 것처럼 들렸는데 하루에 4-6시간 일하면서 재워주고 먹여준다고? 를 연발하셨다. 온리 4-6아워스? 흠…. 아저씬 집세 내고 각종 세금 내려고 돈 버는 것 같단다. 조만간 우프 책을 사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아저씨 얘기 들었던 걸 좀 적으려고 했는데, 소파에 앉아있는데 잠이 막막 쏟아진다. 오늘은 맥주 진탕 먹고 자려 했는데 아무래도 실패할 듯. 자자.

생일 축하해 동화야

Wwoofing in Australia 2011 #12

2011. 05. 27.

몸이 완전히 적응한 모양이다. 아침은 늘 힘들다. 오늘은 메리 아줌마네 가는 날. 난 안 가지만 아저씨가 가시고 나면 오전에 내 할 일 빨리 다 하고 운동화 빨아야지.... 대충 씻고 올라갔더니 아저씨가 먼저 굿모닝 해주신다. 굿모닝~ 오늘의 아침은 온리 토스트+커피. 딸기잼 말고 올리브 스프레드가 있길래 그것만 발라봤는데 맛이기가 막히다! 두 장 더 발라먹었다. ㅋㅋ 아저씬 아직 가운을 입고 계시길래 먼저 가볼게요 하고 나섰다. 오키~

 
아직 따뜻했던 달걀. 어떻게 흰 달걀이 나올 수 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첫 임무. 내 사랑 꼬꼬 해방. 얘네들 밥을 주고 계란 훔치러 들어갔더니 오늘은 다섯 개다.. 이런 식으로 알 낳다가는 조만간 통닭을 먹을 수 있을지도…. 캬캬 꼬꼬 님들 식사 드리고 달팽이들한테 인사하러 갔다. 라디오를 틀고 굿모닝을 외치면서 뚜껑들을 여는데.... 어제도 많이 추웠나 보다. 오늘은 추가해줄 데도 없다. 아저씨가 오실 시간이 됐는데 안 오시길래 가봤더니 이제 신발 신고 있으시다. 메리 아줌마 차에(어제 아줌마가 아저씨 차를 가지고 가셨다)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걸 도와드리고 나서 뒤에서 쳐다보고 있으니까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문을 열었더니 빨리 타란다. ‘응? 아저씨 혼자 가신다면서요?’ ‘바뀌었어, 빨리 타’
얼떨결에 같이 가게 됐다. 달팽이들한테 가서 벗어놨던 재킷을 챙기고 차에 올랐더니… ‘계획은 항상 바뀔 수 있는 거지’ 이러신다. 흠 쿨 하시다.


고속도로에서 발견한 두카티! 합법이란다! 이색…. 내가 쳐다보는 줄 알았는지 날 힐끔 봤다. ㅋ


요금은 내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세금에 다 포함돼있어서 '이 도로'는 안 내도 된단다
그래 이게 고속도로지. 지난번 우프 때 만난 고속도로는.... 우리로 치면 88고속도로? ㅋ

한 시간가량을 달려서 도착한 브리즈번 경계에 있는 메리 아줌마 집. 어떤 집일까. 얼마나 클까 생각했었는데… 맙소사 캐러반 파크에 살고 계셨다. 근데 이 파크가 엄청나게 큰 것. 마을이었다. 그중에서도 아줌마네는 좀 더 큰 듯. 우리나라 대학생들 사는 원룸 같았다. 오밀조밀.... 아줌마 아저씨 뽀뽀하신다. 킁....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마추어같이.... 좀 이따가 아줌마가 차를 내오셨다. 진짜 차였다. 나 차 안 마시는 거 알면서…. 킁 그래도 나름 맛있게 먹는다고 먹었다. 엇. 팀탬도 내오셨다. 민트맛. 이 맛은 처음이다. 상큼한 맛 때문인가 그렇게 달지만은 않았다.

 
이놈 몸에서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내일은 물어볼까…. '부츠 목욕 얼마 만에 하나요?' 눈치채시겠지? 이제 보니 뭔가 완전 재미있는 걸 보고 있는 듯한 뒷모습인데? ㅋ

두 분 말씀 나누는데 심심해서 좀 둘러 보고 오겠다고 부츠를 데리고 나섰다. 데려오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내가 말하는 순간… 줄이 내 손에…ㅋㅋ 한 바퀴 둘러보는데 메리 아줌마 집이 제일 좋아 보인다. 한 바퀴 돌고 들어가려고 하니 오픈 하우스 같은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봤더니 오픈키친?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개방하는 주방이었다. 보통 가정 주방에 있는 요리 기구들은 다 있는 듯. 와 멋지다. 국내 도입 시급 ㅋ 그 옆엔 놀이터가 있었는데 철조망으로 꽁꽁 싸매놨다. 무슨 뜻일까.... 철조망에는 ‘놀이터 10m 내에서 흡연 시 벌금’ 표지판도 있었다. 아 근데 철조망은 왜 있는 거냐고….

 
마치 기념품처럼 귀엽게 생긴 가스통! 저 창문이 우리네 보통 화장실에 달린 창만큼 작은 거였다.

 
뭘 가져갈까 고민 중인 클리프 아저씨와 메리 아줌마 그리고 마일로를 닮은 부츠.

돌아와서 이것저것 잔뜩 챙겨서 다시 트레일러에 실었다. 천막으로 덮어서 꽁꽁 다시 싸매고–제대로 안 묶고 다니면 벌금 맞는단다–출발! 돌아오는 길은 햇볕이 내 가슴에 그대로 꽂혔다. 내 다리 위에 앉아있던 부츠도 결국 더웠는지 카 매트 위로 내려갔다. ㅎㅎ 집에 도착해서 짐 풀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화장실 간다면서 올라 가시길래 잽싸게 뛰어가서 아침에 돌려놓은 빨래를 가져다 널었다. 순식간에 성공!

차로 돌아와 짐을 풀기 시작하는데 브렌트 아저씨가 오셨다. Hey Brent~ 인사하고 나니 클리프 아저씨도 내려오셨다. 잠깐 얘기하시다가 나보고 천막 걷어 놓으라 하시고는 올라가신다. 집 안에서 뭔가 얘기를 하시는데 난 시킨 일 다 하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무작정 다 내릴 수도 없고…. 담배를 가져와서 2층 테라스에 말아 피우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길이 정말 예뻤다. 하늘이 거짓말처럼 파랬다.
차 앞유리 윗부분에 칠해진 그... ㅋㅋ 나름 셀프이펙트다 아날로그 ㅋ

브렌트 아저씨가 오늘도 어김없이 가져온 지미..
그 짐빔콕을 가지러 잠깐 나오셨는데 봉지에 들었던 나머지 한 캔을 들면서 마실래? 이런다. 헉 완전 땡큐지만 ‘노땡큐’ 했다. ‘그럼 나 혼자 다 먹어야지~’ 진짜 귀염둥이처럼 이러시길래 ‘제가 마셔도 되나요’ 했다. 당근. 이러면서 주신다. 흐흐 ‘고마버용. 나 이거 첨 먹어봐요ㅋ’ 흠 며칠 전에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거랑 똑같다. 여전히 맛있다. 맥주보다 훨씬 좋다…. 하긴 위스킨데.. 그거 먹고 있는데 클리프 아저씨가 안에서 자꾸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시길래 가봤더니 접시를 주신다. 토스트(아마 올리브 스프레드인 듯)랑 스크램블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다. ‘아저씨 꺼는요?’ 물었더니 ‘내 꺼도 금방 준비돼~’ 하시길래 가지고 나와서 밖에서 먹었다. 아마 아저씨는 안에서 브렌트 아저씨랑 얘기하면서 드실 듯. 브렌트 아저씨덕분에 오늘은 위스키랑 점심 먹게 생겼다. 와 근데 이게 너무 맛있는 거다! 스크램블 안에 베이컨이랑 각종 야채랑 잔뜩 들어있는데… 와.. 황홀했다. 거기다 지미콕까지..

 
기가 막혔다. 이렇게 맛있다니...

점심 먹고 났더니 메리 아줌마가 오셨다. 음식들로 보이는 걸 잔뜩 사 들고. 짐 나르는 걸 좀 도와드리고 커피 한잔 하자 시길래 한잔 먹다 보니 ‘댐’ 얘기가 나왔다. 금붕어랑 뭐랑 뭐랑 잔뜩 산다고 좀 이따 보여주겠다 하신다. 옹싸. 티타임이 끝나고 다시 농장으로 출동. 어제 하다만 포장 일을 마무리 짓고 나니 아줌마가 구경가자 하신다. 식빵을 한 조각 들고. 난 처음에 이 아줌마가 점심을 저걸로 드시려고 하나 했더니.. 금붕어 밥이었다. 쏘리…. 가서 한 조각 한 조각씩 잘라서 던지다 보니까 제법 많이 올라온다. 피라미들도 있고.... 근데 금붕어 입이 그렇게 큰지 또 이번에 알았다. 금붕어 밥 다 주고 돌아서면서 못에 있는 풀을 들 좀 뽑으신다. 제거할 수 있는 풀을 다 뽑아서 아줌마가 가져가고 난 뒤에 남겨진 자리에 뭐가 반짝이길래 봤더니 가제다.


발이 파랬다. '이러지 마~~'라고 말하는 듯. 뭔가... 늠름해 보인다

OMG! LOBSTER! 나중에 이거 봤다고 좋아하니까 예비? 뭐 다른 이름이 있단다. 예비라고 하신 것 같은데 스펠링..;; 아 민물 새우도 몇 마리 있었다. 와 신기신기. 이게 거의 오늘의 일과다. 별거 없이 끝난 하루.

한동안 계속 이럴 것 같다. 마무리할 시간이 돼서 닭장에 밥 주러 갔다가 ‘꼬꼬의 탈출’ 한 편 찍고,

 
탈출 후 외식하는 모습.. CHICS' DINNDER-OUT!

달걀을 5개 더 낳아놨길래 훔치러 갔다가 발목 쪼이고ㅋ 아차. 오늘 닭장 정문 쪽에 메리 아줌마네서 가져온 나무? 도 심었다. 굉장히 흡족해 하시는 듯. ㅎㅎ

일과가 좀 일찍 끝나서 아침에 세탁기 돌릴 때 따뜻한 물에 담가 놓았던 운동화도 빨았다. 오늘은 안 마르겠지.... 내일 다시 볕 좋을 때 바짝 말려야지. 이 신발, 지난번 거지 같은 우프생활 할 때 신었던 거라 복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빨아봤는데 갈색 물이 계속 나와서 내일 다시 빨까 싶기도 하다.

 
이 녀석 다리를 보는 순간….. 확 물어뜯고 싶었다. 얼마나 맛있게 생겼던지.

 
이 녀석이 너무 좋아진다. 나도 한 마리 키우고싶다. ㅎㅎ 색히.. 훔쳐갈까. ㅋ

 
어항 속 금붕어를 보는 고양이 같은 느낌의 부츠

저녁까지 시간이 좀 남았길래 생각만 해오던 짐 정리에 들어갔다. 빨래도 걷어오고 정리해보니 공간이 많이 생겼다. 응? 뭘 잃어버렸나? 정리하고 나니 뭐 어쨌든 공간이 좀 남았다. 6시가 좀 넘어서 올라갔더니 아줌마는 선반 정리 중이셨고 아저씨는 주방에서 요리 중. 오늘은 뭐가 싶어서 가봤더니.... 또 스테이크다!! ‘니가 요리할래?’ 하시길래 좋다고 나섰다. 오늘은 그렇게 내가 만든! ㅋ 스테이크로 배가 터져라 멋지게 먹고(금요일 저녁이니까ㅋ) 와인도 두 잔쯤 마신 것 같다.

 
'날 데워줘' 외치고 있는 스테잌

 
나 요리하는 남자야~

 

식사 중에 맘에 드냐 물어보시길래 ‘완전 좋아요. 눌러앉아 살고 싶어요!’ 했더니 ‘허허 여긴 내가 살아야 되니까 딴 데 가서 알아봐’ 이러신다. 우리 좀 친해졌어요.ㅋㅋ. 오늘 새로운 채소를 하나 알게 됐다. BEETROOT라는 건데 단무지를 보라색 물에 담가 놓은 것 같은 건데 맛이 괜찮았다. 도대체 뭐지. 뭐 검은색 뿌리식물이라고 나오던데..


뒤로 보이는 마늘 빵. 오븐에 살짝 데워서 나온 거였는데 맛이 ... 빵이 그냥 막 입안에서 녹았다. ㅋ

설거지는 내가 해야지 싶어서 접시 갖다 놓고 물을 틀었더니 아저씨가 ‘놔두고 소파에 앉아서 티비나 보자.’ 이러신다. 오케이 좋다고 바로 갔다. 아줌마가 하시는 건가?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다 같이 요리 프로를 보고 있는데 부츠가 밖에 있다가 들어왔다. 추웠는지 카펫에 몸을 미친 듯이 비벼대다가 세 사람이 모두 다른 의자에 앉아있자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중에 아저씨, 아줌마가 서로 자기한테 오라고 말하니까 그 사이에 있던 나한테 와서 앉았다. 짜식. 너도 젊은 사람이 좋구나. ㅋ

다 같이 한바탕 웃고 나서 다시 티비 삼매경. 한참 보는데 아줌마가 일어나신다. 설거지 하시려나 보다 싶어서 곧 따라갔더니 숨어있던 식기세척기에 그릇들을 넣고 계셨다. ‘아 그랬군요.’ 하면서 다시 와서 티비 집중. 한참보다 8시 반쯤 먼저 내려가 쉴게요 하고 내려왔다.

오늘은 크게 한 일이 없지만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된 기분이다. 특히 이분들과 좀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힝 떠나기 싫다. ㅋ


테라스에서 바라본 실내 전경
흔들린 건가 초점이 안 맞는 건가...

Wwoofing in Australia 2011 #11

2011. 05. 26.

어제 이것저것 좀 찾다 보니 3시가 다 돼서 잠이 들었더니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든 일이었다. 힘겹게 일어나 대충 씻고 올라갔더니 인기척의 주인공은 메리 아줌마가 아닌 클리프 아저씨였다. 웬일로 아침 먹어야지~ 하신다. 시리얼, 토스트, 커피를 챙겨 티비 앞에 앉았다. 요거트가 너무 달다 보니 토스트랑 같이 먹기는 너무 힘들었다. 내일부턴 우유에 타서 먹어야지.

아침을 다 먹고 양치질하러 내려갔다가 왔더니 왠 아줌마 한 분이 계신다. 아.. 하우스 키퍼…가볍게 몇 마디 나누고 나 먼저 달팽이한테로 출발. 어제 줬던 사료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얘네들 왜 안 먹었어요?’ 물었더니 날씨가 추워서 그렇단다. 아.... 추우면 밥도 안 먹는구나.... 게으른 것들. 오늘은 먹이 다 주지 말고 빈자리에만 조금씩 채워주고 물만 가득 채워 놓으라신다. 보통 거의 오전 내내 해야 했던 일들이 1시간 정도 걸렸나? 다 끝났다. 이대로 쉬나.... 했더니 당연히 아니었다.


아저씨한테 혼나겠다. 닭 14마리가 고작 4개... 오늘은 저녁에도 달걀은 없었다.

오늘의 특별임무는 벌초. 아… 벌초…. 또 해야 하는군..
집에서 달팽이 농장으로 가는 사이에 작은 못이 하나 있는데 그걸 ‘댐’이라고 하더라고? 전에 우프 책 볼 때 ‘얘네는 웬 댐이 이렇게 많나?’ 했더니 그 댐이 작은 못들을 얘기하는 거였다. 그 주위에 수풀이 무성하게 드려져 있는데 그 주위에 아저씨가 작은 예초기로 풀을 베고 내가 그 찌꺼기들을 끌어모아서 버리는 거였다. 좀 하다 보니 아줌마랑 아저씨 두 분 다 사라지셨다.

시간상 티타임. 아저씨가 풀을 베지 않으면 내가 할 일 이 없기에 나도 따라갔다. 치사하다. 같이 가자고 좀 하지....ㅋ 내가 좀 늦었는지 손만 씻고 올라갔는데도 두 분 다 커피를 다 마신 듯했다. 그래도 꿋꿋이 내 커피 다 마시고 다시 출발. 근데 아저씨가 뭘 물어보신다. ‘발 사이즈 얼마야?’ ‘8.5에요, 왜요?’ 했더니 장화를 주신다. 거기다 긴바지까지… 뭔가… 그랬다.

 
생전 처음 신어보는 고무장화. 걸어 다니는데 느낌이... 그냥 이상했다. ㅋ

예초기를 나한테 주셨다. 뭔가 스페셜 한 걸 보여줄게 하시더니.... 나한테 일을 넘기신 것. ㅋ 와.... 어려웠다. 처음엔 돌이며 잘린 풀 조각이며 얼굴로 다 날아와서 이걸 어떻게 하나 했지만 하다 보니 이것도 일이라고 점점 익숙해져 갔다. 아저씨가 주신 신발이며 바지 덕분에 다리는 괜찮았다. 뭔가 맘에 안 드시는지 예초기를 줬다 뺐었다를 반복하시다가 점심 준비하러 가신다고 다 되면 불러주신단다. 이때부터 벌초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풀이 잘 베어지는 거다. 신나게 하고 있는데 어느 샌가 오셔서 이만하면 됐다고 점심 먹자신다. 내가 베어놓은 자리를 보더니 엑설런트~하신다. 옹싸. ㅋ
‘점심 먹고는 저~ 위에 가서 하자.’
‘네~ ㅡ,.ㅡ’
‘조그만데야~^_^’
뭐 이런 대화가 오가고 다시 집으로 갔다.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도우미 아줌마분이 가셨다. 아저씨랑 나랑 둘이서 먹는데 오늘은 뭔가 했더니.... 그 전에 먹던 고깃덩어리다. 또 전자레인지에 데우신다… 와 많긴 많았구나.... 근데 뭔가 살짝 다르다…. 어떻게 두 그릇을 만드셨는데 많은 걸 내게 주신다. ‘니가 일을 많이 해야 하니까’이러신다. 흠. 와! 근데 이거 맛있다!

전에 먹던 게 아니었다. 아마 메리 아줌마가 오실 때 가져오신 음식인 듯. 오늘도 점심 설거지는 내 담당. 컵이란 컵은 다 나와 있고 남자 둘이 그릇 두 개밖에 안 썼는데 싱크대가 넘친다. 30분에 걸친 설거지가 끝나고 시곌 보니1시반. ‘아저씨 언제 다시 일하러 가실 거에요?’ 했더니 2시쯤 간단다. ‘그럼 밑에 가서 좀 쉬고 올게요. 넘 피곤해요’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신다. 오자마자 실신. 1시 55분에 일어나서 양치질하고 장화 신고 기계를 들고 나섰다.

우리가 간 곳은 브렌트 아저씨 집 바로 앞인데 정말 조그마했다. 이걸로 끝인가? 진짠가? 역시 아니었다. 이미 하루 근무시간 6시간이 다 채워져 가고 있었지만 ‘뭐 그런 날도 있지.’ 싶었다. 조금씩 일 할 때도 있으니까… 근데 오늘은 솔직히 너무 힘들다. ㅎ

두 번째 임무는 트레일러에 쌓인 자갈들을 내려놓는 것. 삽질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삽질을 할 때마다 바퀴가 타이어다 보니 흔들흔들하는 것이 서핑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자갈을 내리고 트레일러를 차에 달아서 옮긴 다음 내가 해야 할 일은 트롤리에 옮겨 담아서 달팽이 농장 앞에 가져다 뿌리는 것. 아.... 포장하시려는 거구나.... 자갈을 담은 트롤리는 생각보다 한참 무거웠다. 처음엔 5 수레를 옮기자고 했었는데 3번 옮기고 나니까 오늘은 이까지만 하자신다. 오예. 3수레를 갖다 붓고 갈고리로 평평하게 다진 후 일과 종료. 아 힘들다.


이렇게 깔끔히 비웠다ㅋ

장비 정리하고 좀 씻고 올라와서 의미 없는 대화 몇 마디 주고받다 보니 브렌트 아저씨가 오셨다. ‘오늘 쉬는 날이에요?’ ‘아니 금방 가야 돼’ 근데 이 아저씨… 짐빔+코크캔을 마시고 있다… 방금 차에서 내렸는데 이걸 들고 온 거다. 대단하심. 도저히 피곤해서 안 되겠길래 얘기하고 먼저 내려왔다. 6시에 다시 올게요~하고. 내려왔는데 너무 피곤한 거다.. 샤워하고 누우려고 했는데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잠깐 누워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일어나 손만 씻고 홀딱 벗고 이불에 들어갔다.

 
종이류 쓰레기를 태우는데 눈이 메워서 고개를 돌렸더니 연기가 너무 멋지게 낀 거다.
실제로는 이거보다 훨씬 멋졌다. 아이폰 카메라 ㅡ,.ㅡ;

알람을 5시로 맞춰놨는데 너무 곤히 들었는지 깨어보니 6시 반이다. 헉.... 두 시간 가까이 잔 거다. 그것도 아저씨가 위에서 지팡이 같은 걸로 쿵쿵 치고 ‘ETHAN!’ 하셔서 일어날 수 있었다. ‘지금 갈게요~’ 하고 세안만 대충 하고 올라갔더니… 맙소사… 바비큐다.. *_*


지글지글... 굽는 걸 보는 순간! 정작 고기는 안 먹어도 될 만큼의 포만감이 몰려왔다.

이전에 했던 바비큐와는 격이 달랐다. 제대로 된 그릴에.... OMG 맛도 죽였다. 핏기가 살짝 어린 게 한 입 베어 물려고 들었을 때 가운데에 보이는 선홍색은 감동이었다. 거기다 감자에 채소에.. 특히 콩이 맛있었다. 연심 멋지다는 말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다 먹어버렸다. 마치 누가 가져간 듯….



점심때쯤 오늘은 읍내 가실 일 없냐니까 없다고,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어제, 저녁 먹고 나니까 맥주가 너무 먹고 싶었다고, 맥주 좀 사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말하지 그랬냐’ 하시는 거다. 말만 들어도 고마워요. 그럼 오늘 가자고 하신다. ‘아니 뭐 꼭 오늘 안 가도 돼요’ 이까지가 점심때쯤? 있었던 대환데.... 저녁 먹고 나서 커피 드실래요? 여쭤봤더니 ‘아니 우리 금방 나갈 거야’ 이러신다. ‘니 맥주 사러’ ‘오늘 꼭 안 가도 된다고 거듭 말씀드렸지만 그냥 가자신다.

기어이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도중에 지금 당장 가자 하시길래 따라 나섰다. 가면서 ‘너 운전하냐’ 물어보신다. 8년 동안 해왔다고 했더니 ‘그럼 한번 해볼래?’ 응? 지금? ‘해보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둡잖아요’ ‘뭐 어때 불 있잖아~’ 이러신다. 농담인가? 운전석위치가 아무래도 많이 어색할 것 같다고 했더니 오늘밤은 아니란다. 다음에 한 번 해보라고 하시는 듯. 오 이 아저씨 완전 고마운 분이시다.

보틀샵에 도착하니 직원이 도와준단다. 이것저것 살펴 보다 결국 4X로 정했다. 싸고 나름 맛있고. 카드로 결제를 하고 차에 실었는데 뭔가 잘못 됐나 보다. 다시 부르길래 갔더니.... 아 카드에 잔액가 없었던 것. NET-SAVER 계좌에 넣어놓고 일반계좌로 이체를 안 했던 것. 나중에 알았지만 내 일반계좌에는 $0.05가 들어있었다. ㅎㅎ 빨리 떠났으면 돈 굳을뻔했네. 캬캬.

 
나 혼자 다 마시게 될 맥주와 내 맥주가 들어있는 다용도실. 별게 다 있다. 심지어 세탁기는 두 개다. ㅋ

이체를 하려고 폰을 켰는데 너무 느린 거다. 눈치 보여서 ‘다른 내 계좌에서 이체해서 결제를 해야 하는데 신호가 약해서 그런지 너무 느리네요’ 했더니 직원은 ‘이 좋은 기계가 느리다고요? 이러고 클리프 아저씨는 그때 내 폰을 보시더니.. ‘아 옵터스..’ 이러신다. 이거 별로 안 좋은 건가 보다.. 그런가? 나는 괜찮은데..

아무튼 다시 결제하고 오랜만에 ‘CIAO’ 한마디 해주고 집으로 출발. 집에 와서 난 맥주, 아저씬 와인 마시면서 얘기가 시작됐다. 전에 하던 얘기–인생에 있어서의 경험, 군대, 부모님 등–들이 거의 지난번이랑 똑같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아저씬 이미 취하신 듯 비틀거리셨다. 오늘은 랩톱을 가져갔었기에 내 음악 몇 곡을 틀었다. 클래식은 전에 들려 드렸으니 오늘은 재즈.

이상하게 NAT KING COLE 아저씨 음악이 생각이 나는 거였다. MILES DAVIS, NAT KING COLE, TONY BENNETT의 음악을 배경으로 서로가 느끼는 음악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음악은 멋진 거야’ 뭐 대충 이렇게 얘기 매듭을 맺었다. 아저씨가 너무 급 피곤해 보이셔서 먼저 내려왔다.

아 오늘은 나름 보람 있는 하루였다. 안 쓰던 돈을 좀 쓰긴 했지만 필요했던 거니까… 근데 종일 너무 피곤하네.. 저녁 먹고 내려와서는 샤워하고 잘랬더니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내일은 오랜만에 아침에 샤워하는 날이 되겠군. 아니면 그냥 스킵ㅋ.


한 번씩 느끼는 건데, 예전엔 일기를 쓰면 일과가 아니라 그 날의 느낌을 적었었다. 늘 겪는 일상이지만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었던 일에 대해서.... 그 시간으로 내 생각은 좀 더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땐 지금처럼 오랫동안 적지도 않았었다. 또 그땐 컴퓨터가 아닌 노트에 손으로 직접 적었었고.

하지만 지금의 일기는 온통 FACTS뿐이다. 이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난 블로깅을 위해 이 일기를 적는 것인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 많은 글을 다시 읽게 될까. 만약 다시 이 글들을 읽게 된다면, 옛 사실에 대한 추억에 잠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생각이 자라온 과정을 돌이켜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갑자기 푸념식으로 바뀌어버렸네. 잘 시간인가보다. ㅎㅎ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