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04

2011. 5. 14.

 
쇼하는 선브레


87오늘도 늦잠 잤다ㅎㅎ 일어나서 나가려고 옷 입고 있는데 데니스 아저씨가 노크하신다암커밍오늘은 토요일별다른 일은 없다그냥 시키는 거 하는 똑같은 날이다오늘의 할 일은 뭔가 물어보니 어제 하던 거 마저 해야 하는데 엄마가 다른 거 시킨단다어제 벌초해놓은 거 거둬오래 화단에 나무들 덮어준다고알았다치사한 놈지는 붕붕카 타고 다니면서나보고는 손수레로 다 거둬 들이란다. 나빠요

뭐 하다 보니까 아버지랑 벌초하러 갔을 때 생각도 나고 재밌다오늘은 날씨도 좋고 해서 웃통 벗고 시작했다눈부신 속살을 거슬러주겠어한 번 수레가 가득 차서 나르러 갔을 때 방에 들어가서 선크림 떡칠을 하고 나왔다한참 하다 보니 아줌마를 어디선가 만났는데 ‘너 팬케익 좋아해?’ ‘당근이죠 완전 좋아해요.’ 기대된다

근데 일이 점점 익숙해 지는 건지 시간이 안 가기 시작한다. 11시 반이 넘었는데 아줌마는 아직 밖에서 일하신다지금쯤 들어가서 준비해야 점심시간을 맞출 수 있을 텐데 걱정된다하지만 얼마 후 뭐라 뭐라 하면서 들어오라는 것 같다오케이 암커밍순하고 룰루랄라 갔다

오늘 옷 벗고 일해서 그런 건지어제 해결하지 못한 숙변의 영향인지 화장실로 바로 갔다변기 깨지는 줄 알았다어쩌다 색깔을 봤는데… 녹색이다 ㅅㅂ....이거 런던에서 변기 속에 담긴 초록색 변을 봤을 때보다 충격이다여기선 와인도 안마셨는데 왜 녹색이지.... 

충격에서 헤어나와 주방으로 갔더니 어릴 때 보던 팬케익이 잔뜩 쌓여있다흐흐 맛있겠다거기다가무슨 골든 스위트뭐 그런 이름의 쨈 같은걸 발라 먹으란다버터랑 같이난 버터 싫어요버터 조금만 바르고 달콤이를 잔뜩 처발라서 가져갔다소파에.... 

..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맛이다좋아 좋아하나 먹고 당연히 안 차지 한 개 더 가져왔다눈치 보다가 데런아유 피니시드? 좋아내가 다 먹어주지 세 장이나 먹었다 흐흐먹고 나서 설거지는 내가 했다 착하지설거지하고 돌아보니 아줌마가 좀 쉬든지 일하든지 니 하고 싶은 대로 해하신다

빨래는 언제쯤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지금 하란다옹싸세탁기에 넣는데 세탁기도 더럽다. ㅎㅎ 포기그렇게 넣어 놓고 데런은 내 눈치를 살짝 보는 듯하더니 어디 창고로 들어가고 난 내 일하러 갔다벌초 찌꺼기 수거하다 보니 시간도 잘 가고.... 무엇보다 좋은 건 등 근육이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거다.... 뭐 도끼질만큼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등 근육을 쓴다는 건 제법 섹시한 일이다


좋아오늘은 조깅을 한번 가봐야겠다 싶어서 아줌마한테 ‘ 4시쯤 조깅 갔다 와도 되여?’ ‘그래~어디로 가면 왈라비 볼 수 있을 거야~’ 땡큐발만 씻고 운동화 갈아 신고 나섰다나가는데 5시 반까지는 오라신다즐거운 저녁 시간~ 30분 정도 갔다가 적당한데 보이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돌아올 생각으로 나섰다



지난번에 봤던 캠핑장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거기까지만 갔다 오려고 했었는데… 그래서 안 들리고 바로 패스가다 보니 소친구들이 나온다이것들이 나를 신기하게 보는지 하나둘씩 모여든다… 한 스무 마리쯤 모인 거 같다전부 똑같이 생겨서 똑같이 멍한 표정으로 음하면서 쳐다본다나도 신기해서 오른쪽으로 5m쯤 가니까 이것들 머리가 딱 내가 움직인 것만큼 움직이고… 뭐지.... 쇼 하는 거 같다. ㅎ 나중을 기약하고 다시 출발


짬푸!

 

내가 한 팔뚝 한다한창 운동할 땐 오른팔 둘레가 44cm였다이것 때메 호스텔에서 독일 친구들이랑 한참 웃었는데…. 독일 래퍼 하나가 팔뚝이 44cm인데 툭하면 팔자랑 한다면서.... 이 친구 렌도.. 내가 the length of my arm was… 까지 얘기했는데 44cm를 맞췄다.  아 너무 멀리 왔네암튼 내가 아직도 한 팔뚝 하는데 내 팔뚝만 한 똥이 있다… 와 진짜 크다차마 못 찍겠더라 디러.. 온도로가 똥 천지다… 말똥인지 소똥인지 천지가 똥이다ㅋㅋ 

그렇게 갔다가 돌아오는데 이 소친구들이 또 오르르 모여들길래 뭐 집어서 던지는 시늉을 했더니 진짜 눈.... 안 한다뭐가 진 듯한 느낌후까시를 한번 줬다. 색히들 지레 겁먹고 후다다닥 달려간다그만 도망가도 되는데 계속 가길래 나도 다시 출발.... 안 보일 때쯤 돼서 돌아보니 아직도 도망가고 있다멍청이들.... 뒤는 안 보는가 보다다시 열심히 달려와서 인사하고 샤워하고 올게요말하고 샤워하러 갔다

젠장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어느 쪽이 찬물인지 따신 물인지 모르겠다어쩔 수 없이 찬물로 일단 몸을 적셨는데 미치겠다머리랑 얼굴만 씻고 한 놈만 계속 틀어놔 보자 싶어서 왼쪽 걸 돌렸더니 따뜻한 물이 바로 나온다… .... 친환경시스템… 오랜만에 샤워한 기분이다완전 상큼다 씻고 오니 저녁도 다되어 간다


오늘의 저녁은 첨 보는 요리늘 그렇듯 대게 첨 보는 요리다아줌마 대단하심사진 찍어놨다처음으로 사진 찍은 거 같다오해하시진 않겠지… 다른 것도 맛있었어요~~ 엄청난 당근만 좀 줄인다면 쿨



저녁 먹고 커피 물 받아오니까 데런 실종몸이 좀 안 좋다면서 들어갔단다아줌마 아저씨랑만 있어서 흠 무슨 얘기하지 하다가 오랫동안 못했던 걸 말했다. ‘난 늘 예의 바르게 하려는데 혹시나 내 표현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면 부디 용서해줘요몰라서 그런 거에요~’ 했더니 오 노노 너 그런 거 전혀 없었어걱정 마~~ … 예상했던 정도의 대답이 아니다… 뭔가 꽁한 구석이 있는 듯뭐 그렇다 해도 이해해주세요전 진심 이라고요말해주면 고칠 텐데 그냥 웃고만 넘어가니
뭐 대충 그 얘기 끝나고 월요일에 읍내 마실 나갈 얘기.. 친환경 시스템 얘기맥북이랑 피씨랑  차이점… 이 정도 얘길 했던 것 같다두 분 완전 친절하시다땡큐베리머취~


내일 하루만 더 일하면 읍내 마실간다인터넷 하러근데 아침에 나가는 게 아니고 2-3시쯤 간단다… 난 아침에 나가는 줄 알았더니…. 시내 나가면 뭘 좀 사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내가 먹고 싶다고 결정한 건… ㅈㄴ 뜬금없는 버거킹;;; 뭐냐 미친 건가… 햄버거 먹으면서 담배 피우고 싶다지나친 친환경에 노출된 나머지 오작동이 발생한 듯… 애니웨이 빨리 읍내 가면 좋겠다…. 오늘은 ‘티벳에서의 7’ DVD가 있길래 이거 보고 잘게요하고 빌려왔다영어로 본다. 흐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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