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15

2011. 05. 30.

지독한 두통도 지난밤에 내린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갔는가 보다. 다행히 일어나니 씻은 듯이 개운했다. 어제 두통 덕에 못했던 샤워를 아침에 했다.
어제 너무 아팠던 탓일까. 일어나자마자 가요가 듣고 싶어졌다. 어제저녁 샤워를 건너뛰어 찝찝했던 참에 가요 몇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놓고 샤워를 시작했다.

누군가 그랬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사람 사이에 있었던 좋지 않은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좋은 기억만 남게 된다고. 정말 그럴까. 보통 좋지 않은 기억이 더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오늘, 내가 올려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예전의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가, 시간이, 아주 예쁜 포장지에 싸여 내게로 왔다.

다소 좋지 않게 마무리를 지었던 사람과의 기억이었지만 이미 그때의 미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떤 대화를, 어떤 몸짓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따뜻한 햇볕과 아름다운 풍경만큼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 각자의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모두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좋은 아침이야.

지독한 두통을 이겨낸 어느 아침.
이라고 아침에 급하게 적어 놨었다. ㅋ 이제 보니 좀 그런 듯. ㅋ


오늘도 늘 하던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달팽이 집 뚜껑을 열어주고 한동안 글렀던 청소를 시작했다. 오늘 추가된 임무는 당근 같은 특별식사의 찌꺼기 수거. 와...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아서 폰으로 노래도 틀어놓고 휘파람까지 불면서 할 수 있었다.

허리는 좀 아팠지만, 이 집에 와서 아마 제일 즐겁게 일한 날이 아닐까 싶다. 다른 쉘터에 있는 달팽이 식탁도 청소해주고 솔질까지 해줬다. 다하고 나니 다들 사라지셨다. 아마 점심을 준비하고 계시리라. 빙고. 집으로 갔더니 브렌트 아저씨가 와계셨다.
‘헤이 브렌트~’
‘헤이 이든, 어제 생일이었다며, 축하해!’ ㅎㅎ
잠깐 인사를 나누고 신발을 갈아 신으러 내 방으로 갔다가 2층으로 올라갔다.

오늘의 점심은 토스트에 sorta 스크램블을 얹은 것. 와 맛있다. 지난번에 아저씨가 해줬던 스크램블만큼 맛있었다. 버섯도 있고 베이컨도 있고 토마토도... 맛있게 먹고 설거지를 하러 갔더니 됐단다. 식기세척기 쓰실 거라고. 좋다. 식기세척기 덕분에 점심 먹고는 잠깐 소파에서 낮잠을 잘 수 있었다. 두 분이 말씀 나누실 때 잠깐씩 깨기는 했지만 제법 달콤한 낮잠이었다.

오후의 임무는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쌓인 낙엽을 ‘쓸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어내는 것’ ㅋ 일종의BLOWING JOB!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기계가 흡기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배기까지 가능했다. 이름하여 BLOW-VAC. 전에 그나마 좀 작은–우리나라의 무선 진공청소기처럼 생긴–기계만 쓸 때도 굉장하다고 생각했는데–그건 배기밖에 안 됐다–이건 정말 대~단했다.

두 시간 가까이 blowjob을 했더니 손이 얼얼했다. ㅎㅎ 다행히 아저씨가 잘 했다고 이제 쉬라신다. 나머진 아저씨가 하시겠다고. 그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rake로 열심히 끌어냈다. 드디어 일과 종료. 이제 샤워해도 되죠? 물었더니 푹 쉬고 6시쯤 올라오라신다.

방으로 가서 일단 샤워부터 하고 방 정리 좀 하다보니 시간이 다 됐다. 오늘은 컴퓨터를 좀 쓸 수 있을 것 같아 랩톱을 가져갔다. 올라갔더니 아줌마는 다림질을, 아저씬 저녁 준비를 하고 계신다. 오늘의 메뉴는 빵… 으로 보이던 음식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또 스테이크다.

‘바비큐 어겐?’ ‘왜 싫어? ㅋㅋ’ 하신다. 알러뷰 소마취를 외쳤다. 파인애플과 함께 구운 스테이크는 늘 그렇듯 멋졌다! 네 조각을 구웠는데 각자 한 조각씩 먹고 나니 배가 다들 부르신 듯 했다. ‘남은 건 부츠 껀가요?’ 물었더니 아니란다. 그럼 제가 먹어도 되나요? 했더니…

아저씨가 ‘글쎄 저거 먹으면 내일 더 열심히 일해야 해!’이러신다. ‘Of course, I promise’ 아마 외국 나와서 처음 한 약속이 아닐까 싶다. ㅎㅎ 고기를 집다가 생각나서 다시 물었다. ‘If I don’t have it, can I get a take-off tomorrow?’ 오마이갓. 그렇게는 안 된단다.ㅎㅎㅎ 농담도 하고 많이 컸다.ㅋㅋ

아저씨랑 나눴던 농담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는  며칠 전 불놀이하러 갈 때, 처음 보는 곳으로 가다 보니 창고 같은 건물이 있는 거다. 그래서 물었다. 저건 뭐에요? 저것도 아저씨거에요? 물었더니 우물쭈물하시길래 ‘Is that a secret army factory?’ 했더니 그렇단다! 어떻게 알았냐면서... 그러고 차에서 내려서 나뭇잎(말이 나뭇잎이지 나무였다)을 끌어 내리는데 좀 멀리 수풀에서 소리가 나길래 ‘저거 뭐에요?’ 물었더니 코끼리거나 악어란다. 맙소사. ㅋㅋㅋ 이 아저씨 나를 7살 애로 보시나... ㅎㅎ

저녁을 정말 맛있게 먹고 또 설거지하러 갔더니 점심때 먹은 식기를 넣어놓았던 식기세척기에 마저 집어넣으라신다. 와... 아직도 안 하고 놔뒀다니...뭐 덕분에 할 일이 줄었다. 세척기에 넣을 수 없는 몇 가지만 내가 손으로 씻고 지금 다 같이 모여서 요리프로그램 보고 있다. 커피 한 잔씩 하면서. 좀 전에 광고가 나오길래 지난번에 다 같이 보려고 했지만 폰으로 보기엔 소리가 너무 작아서 못 봤던 ‘어머니의 날’ 동영상을 같이 봤다. (http://www.youtube.com/watch?v=bhcA4Ry65FU)

정말 편안하다. 마치 내 집보다 더 편한 듯. 일하는 몇 시간 동안은 아저씨가 잘 안 웃으셔서 좀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참 따뜻하게 봐주시니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다. 아저씨도 피곤하실 테니까. 오늘은 두통 없이 잘 수 있겠지. 편안한 밤이다.

다들 굿나잇.

 
이젠.... 냄새가 좀 나는 부츠.
나름 애교라고 배 깔고 앞발로만 기어서 앞으로 간다. 마치.... 우리나라 길거리에 보면 있는 그....
아시죠? 옛날에 노래 틀어놓고 앞에 조그만 바구니 놔두고 기어 다니던 Beggers..
얘가 이 짓을 자주하는데 처음 봤을 때 그게 생각났어요... 자꾸 보다 보니 귀엽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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