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02

2011. 05. 12.

짧은 하루가 갔다현재 시각, 7 7다들 자러 들어가는 터에 나도 방에 왔다뭥미? ㅎㅎ

거짓말쟁이들분명히 어젯밤엔 7시 반에 아침 먹자고 했었다신경이 쓰여서인지 어제 너무 일찍 잔 탓인지 7시부터 눈이 떠지는 걸 버티고 버티다 30분에 나와봤더니 아무도 없다…. 혼날래거실말이 거실이지에 앉아서 기다려봐도 아무도 안 나오길래 혹시 아침 일찍 나가면 왈라비 친구들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갔는데 아무도 없네…. .... 신발만 버렸다아침이슬이 얼마나 내려 앉았는지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신발이 흥건해졌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들어갔더니 굿모닝이라고 한다그래굿 모 닝.
이 집의 큰아들 데런이 방긋 웃어준다아침은 어떻게 먹냐니까 여기 있는 시리얼 먹고 모자라면 빵 먹으란다
아침 같이 먹는 거 아니야?’
응 나이야 그냥 챙겨 먹으면 돼.‘

아놔… 그럼 시간은 왜 정해. ㅠㅠ 뭐 아침의 첫 대화가 이런 식이었다그렇게 시리얼버터 바른 빵 한 조각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일하러 가잔다씻지도 못했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집에 사는 동안은 그렇게 열심히 안 씻어도 되겠다 싶다뭐 맨날 보는 사람들에 외부인 출입도 전혀 없고 여기 이 가족들도 그다지 깨끗하게 사는 것 같지는 않다집 더러운 건 진작 알았지만 머리를 감는다든지 하는 그런 게 뭐….

오늘의 임무는 잡초 정리잡초가 내 키만 하다.... 잡초라고 하기엔 좀 뭐하고 잡초 같은 녀석들인가보다뽑는 게 제일 좋고 안되면 베어내란다다 뽑았다젠장자기는 예초기로 윙윙한다고 나보고 이거 하라더니 기계가 고장 났다고 좀 있다 온다길래 그러랬더니 나중에 와서는 같이 잡초 같은 친구들 뽑는다ㅎㅎ 뭐 성한 게 잘 없는 집인 것 같다.

혼자 일 하려니까 심심하길래 이제는 아이팟으로 변해버린 아이폰에 노래를 켰다. 제이슨 므라즈 노래가 지나고 Faint가 나오니까 린킨팤이냐고 물어본다그렇다고 말하고 전에 어디선가 들은 걸 물어봤다

너희들은 미쿡사람 미워하지 않냐좀 그렇단다한참 얘기했는데 정리해보자면, 미국인들의 거만함이 이곳 사람들이 그들을 싫어하는 이유고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disgusting을 썼던 것 같다. 그 얘기를 하는 중에 데런이 ‘잉글랜드도 좀 그렇다…’ 면서 얘길 하길래 너희도 혹시 한-일 관계 같은 거냐.. 했더니 sort of란다. (여기 사람들 축약형 이런 거 wanna, gonna 절대 안 쓴다 희한하다아싸이때다 싶어서 독도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독도 알지?’ 했더니 모른데… 오마이갓설명에 들어갔다

울릉도 옆에 있고 경찰이 거주하고 왜놈들이 국제재판 끌고 가서 뺏어가려는 개수작 부리는 중이라고.... 실컷 얘기했는데…. 반응이 시원찮다ㅈㄴ…. 중립이다독한 놈 실컷 얘기하고 나니까 기가 막힌 타이밍에 티브레이크 좀 가지지 않겠냐고 물어본다당근 콜이징들어가서 물 끓이는 동안 반-자동 구둣솔 머신 만드는 거 거들어주고 개들이랑 좀 놀고 그러다 보니 12.

 
수제 반자동 구두닦이

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나왔다. 이번엔 아줌마도 같이 왔다이번에는 심장을 찾아 떠나는 여행. ‘아까 하던 거 마저 안 하고 딴 거 해?’ 그렇단다이 사람들 쿨하다

심장이 뭐냐면… 얘네들 땅이 엄청나게 큰데하긴 단위가 장난이 아닌데… 에이커다. 에이커여우들이 나와서 여우 짓을 한단다다른 조그만 애들을 잡아먹는다고… 그래서 정육점에 가면 파는 양의 심장을 사 와서 거기다 독을 주사기로 넣고 땅속에 묻어두는 거다여우 사체는 확인할 수 없지만, 효과가 있다고 한다.... 뭐 아무튼 온 동네방네 뿌려놓은 심장들을 수거하러 쫄쫄 따라다녔다. 나중에 다 수거하고 나서는 양지바른 곳에 올라가서 구덩이를 팠다. ㅡㅡ;; 태워야 한단다곡괭이랑 삽이랑 가져간 거로 졸라 팠다곡괭이질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가르쳐 주는데… 보통이 아니다 최고 ㅋ


그렇게 판 구덩이에 심장꾸러미를 넣고 기름경유을 붓고 성냥을 넣었더니 활활 탄다불타는 심장냄새 장난 아니다나중에 잘 안 탄 심장을 꼬챙이로 뒤적거려서 나뭇가지 위에 올려 놓는 데 성공했는데… 고기 구워놓은 색깔이다하긴 고기는 고기니까… 

 

좀 미안하다. … 그러던 중에 점심 메뉴 얘기가 나왔는데 이번엔 데런이 먼저 물어봤다. ‘엄마 우리 점심 뭐 먹어’ 오늘의 메뉴는 카레란다아싸완전 좋아한다고 방방 뛰면서 얘기했다심장 불태우기 다하면 내려가서 먹잔다 오예룰루하면서 집에 들어가서 대충 씻고 오니까

카레+파스타… 이씨ㅂ… 뭐야 장난쳐? ‘파스타야카레라며?’ 물었더니 쌀로 된 면이란다이쌰…………. 멍청이들아 카레엔 밥이지 한국 밥ㅈㄴ카레… 맛은… 그냥 카레라니까 카레구나 하고 먹는 거다.... 그냥 짜다얼마나 짠지 먹는 중에도 입 주위가 따갑다. Thank you for the meal 해주고 오렌지 주스 한잔한다.... 짜다.

밥 먹고 나서는 오늘은 내가 설거지해줄게 라고 했다사실 첫날부터 하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잘 안 맞더라고 그랬는데 이 데런색히… 씹는다. 바로 옆에서 얘기했는데…. 

근데 이놈 좀 특이한 게 나한테는 모든 것들이 다 생소한 처음 하는 일인데 옆에서 잠깐 하는 거 한번 보여주고 쓍~ 간다내가 하는 건 보지도 않고뭐 이번 설거지도 그렇다그냥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더니 그냥 쓍~갔다ㅎㅎ ㅈㄴ쿨하다뭐 그렇게 다 처리하고 돌아보니 다들 사라지고 아줌만 혼자 컴퓨터 하고 있다. 데런 어디 갔어요물었더니 처잔단다. 이 개… 그러면서 나보고 ‘너도 좀 쉬든지 나가서 바람 쐬든지 뭐 책을 보든지 너 하고 싶은 거 해~’ 이런다

오예이러면서 나왔다사실 오예~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웃어야 한다뭐 솔직히 웃지 않을 이유가 없긴 하다그게 3시쯤이었는데…. 나와서 책을… 네 장쯤 읽었나잠 온다ㅎㅎㅎ 내려가니 아줌마 아저씨가 거실에서 대화 중이시다이 가족들 대화하는 모습 하나는 정말 멋지다 쿨~~ 나보고 씩웃으시길래 ‘아놔나 이제 잠 와요~’이러면서 자러 들어왔다

눈떠보니 6…. 한 시간 반을 잤다돌았지.... 나와보니까 아줌마가 안 그래도 노크해서 깨우려고 했었단다히히 웃으면서 주방으로 갔다메뉴가 뭔지는 묻지 않았다....,.;; 파스타다스파게티그거 쳐다 보고 있는데 데런 좀 깨워오란다… Hey, Deron dinner’s ready. 나온단다나와서는 내 접시에만 담아주고 어디 간다씻으러 가나암튼 가는데 이놈이 정말 조금 떠주고 간 거다.. 난 아 유 시리어스하는 표정으로 그놈을 쳐다보고 있었고
근데 앉아서 먹다 보니… 많다. ㅎㅎ 게다가 완전 딱딱하다. 2시간은 더 삶아야 ‘이제 좀 먹을만하겠구나할 만큼 딱딱하다이 아줌마… 마치 우리 샤부샤부 먹듯이 스파게티 면을 넣자마자 뺀 듯하다.... 대단하다.... 오늘 저녁 먹을 땐 한마디도 안 했다. 아 완전히 안 한 건 아니네.... 이 집 식사습관이 특이한데 식탁을 전혀 안 쓴다그냥 탁자로 놔두고 과일 올려놓고 뭐 그 용도가 다다.

식사는 거실 소파에 거의 눕듯이 처 앉아서 멋진 대화스타일을 유지해가면서 먹는다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싶어서 물어봤다. ‘다른 호주 사람들도 당신네처럼 밥 먹어?’ ㅎㅎㅎ 데런이 대답한다. ㅎㅎㅎ 우리는 티비안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임마 티비 말고 식탁말이야ㅋㅋㅋㅋㅋㅋ

웃음.... 참았다
아니 아니 식탁 안 쓰고 접시 손으로 들고 이렇게 다들 먹냐고’ 그제야 ‘뭐 다들 그런 건 아닌데 보통 식탁을 쓰지 우리는 식탁이 저렇게 돼 있잖아~’이런다. 심심하다. ‘나한테는 굉장히 생소하다우리는 메뉴 자체가 이렇게 먹는 게 불가능하다.’ 말해주고 대화 끝아 맞다한국에서 밥 이렇게 소파에 앉아서 먹다가 아버지한테 걸리면 처맞을 거라고 말해줬다ㅋㅋ이런다ㅋ

오늘은 샤워를 해야지아침에도 안 했는데저녁 먹자마자 아줌마가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났다고 피곤하다면서 자러 간다길래 쫓아가서 샤워해도 되냐 했더니 4분 준단다ㅋㅋ 이 아줌마 개그 친다샤워시간은 어제저녁에 한참 얘기했는데 그냥 ‘샤워해~’하면 될걸.. you got 4 minutes! 이런다…. 괜히 마음이 바쁘다….ㅎㅎ 근데....이상하게도 4분만에 했다거지같이… 뭐 암튼 다 하고 나오니 데런이 또 피아노를 치고 있다 색히 잘 치는군 한마디 해주고 들어왔다맙소사 50분째 쓰고 있다. ㅎㅎ


책 좀 보다 자야지… 하루하루가 특별히 ‘우와! 이런 건 없지만 뭔가 차분해지는 기분이다나쁘지 않아거기다 오늘은 왈라비도 봤는걸 ㅎ 굿나잇!

  
이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 말. 모건 이랑 로지. 내가 저 중에 한 놈을 탔다 캬캬 위 사진에 왼쪽은 데런놈. 옆엔 론다아줌마. 아저씨랑 찍은 결혼식 사진을 봤는데... 완전 초미남 초미녀였다영화배우 닮았었는데... 검색 중... TADA!


영화 '기프트' 나왔던 Tamara Feldman 닮았었다.

 
이 여자는 저 아줌마처럼 늙지 않기를 마음을 다해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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