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12

2011. 05. 27.

몸이 완전히 적응한 모양이다. 아침은 늘 힘들다. 오늘은 메리 아줌마네 가는 날. 난 안 가지만 아저씨가 가시고 나면 오전에 내 할 일 빨리 다 하고 운동화 빨아야지.... 대충 씻고 올라갔더니 아저씨가 먼저 굿모닝 해주신다. 굿모닝~ 오늘의 아침은 온리 토스트+커피. 딸기잼 말고 올리브 스프레드가 있길래 그것만 발라봤는데 맛이기가 막히다! 두 장 더 발라먹었다. ㅋㅋ 아저씬 아직 가운을 입고 계시길래 먼저 가볼게요 하고 나섰다. 오키~

 
아직 따뜻했던 달걀. 어떻게 흰 달걀이 나올 수 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첫 임무. 내 사랑 꼬꼬 해방. 얘네들 밥을 주고 계란 훔치러 들어갔더니 오늘은 다섯 개다.. 이런 식으로 알 낳다가는 조만간 통닭을 먹을 수 있을지도…. 캬캬 꼬꼬 님들 식사 드리고 달팽이들한테 인사하러 갔다. 라디오를 틀고 굿모닝을 외치면서 뚜껑들을 여는데.... 어제도 많이 추웠나 보다. 오늘은 추가해줄 데도 없다. 아저씨가 오실 시간이 됐는데 안 오시길래 가봤더니 이제 신발 신고 있으시다. 메리 아줌마 차에(어제 아줌마가 아저씨 차를 가지고 가셨다)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걸 도와드리고 나서 뒤에서 쳐다보고 있으니까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문을 열었더니 빨리 타란다. ‘응? 아저씨 혼자 가신다면서요?’ ‘바뀌었어, 빨리 타’
얼떨결에 같이 가게 됐다. 달팽이들한테 가서 벗어놨던 재킷을 챙기고 차에 올랐더니… ‘계획은 항상 바뀔 수 있는 거지’ 이러신다. 흠 쿨 하시다.


고속도로에서 발견한 두카티! 합법이란다! 이색…. 내가 쳐다보는 줄 알았는지 날 힐끔 봤다. ㅋ


요금은 내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세금에 다 포함돼있어서 '이 도로'는 안 내도 된단다
그래 이게 고속도로지. 지난번 우프 때 만난 고속도로는.... 우리로 치면 88고속도로? ㅋ

한 시간가량을 달려서 도착한 브리즈번 경계에 있는 메리 아줌마 집. 어떤 집일까. 얼마나 클까 생각했었는데… 맙소사 캐러반 파크에 살고 계셨다. 근데 이 파크가 엄청나게 큰 것. 마을이었다. 그중에서도 아줌마네는 좀 더 큰 듯. 우리나라 대학생들 사는 원룸 같았다. 오밀조밀.... 아줌마 아저씨 뽀뽀하신다. 킁....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마추어같이.... 좀 이따가 아줌마가 차를 내오셨다. 진짜 차였다. 나 차 안 마시는 거 알면서…. 킁 그래도 나름 맛있게 먹는다고 먹었다. 엇. 팀탬도 내오셨다. 민트맛. 이 맛은 처음이다. 상큼한 맛 때문인가 그렇게 달지만은 않았다.

 
이놈 몸에서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내일은 물어볼까…. '부츠 목욕 얼마 만에 하나요?' 눈치채시겠지? 이제 보니 뭔가 완전 재미있는 걸 보고 있는 듯한 뒷모습인데? ㅋ

두 분 말씀 나누는데 심심해서 좀 둘러 보고 오겠다고 부츠를 데리고 나섰다. 데려오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내가 말하는 순간… 줄이 내 손에…ㅋㅋ 한 바퀴 둘러보는데 메리 아줌마 집이 제일 좋아 보인다. 한 바퀴 돌고 들어가려고 하니 오픈 하우스 같은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봤더니 오픈키친?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개방하는 주방이었다. 보통 가정 주방에 있는 요리 기구들은 다 있는 듯. 와 멋지다. 국내 도입 시급 ㅋ 그 옆엔 놀이터가 있었는데 철조망으로 꽁꽁 싸매놨다. 무슨 뜻일까.... 철조망에는 ‘놀이터 10m 내에서 흡연 시 벌금’ 표지판도 있었다. 아 근데 철조망은 왜 있는 거냐고….

 
마치 기념품처럼 귀엽게 생긴 가스통! 저 창문이 우리네 보통 화장실에 달린 창만큼 작은 거였다.

 
뭘 가져갈까 고민 중인 클리프 아저씨와 메리 아줌마 그리고 마일로를 닮은 부츠.

돌아와서 이것저것 잔뜩 챙겨서 다시 트레일러에 실었다. 천막으로 덮어서 꽁꽁 다시 싸매고–제대로 안 묶고 다니면 벌금 맞는단다–출발! 돌아오는 길은 햇볕이 내 가슴에 그대로 꽂혔다. 내 다리 위에 앉아있던 부츠도 결국 더웠는지 카 매트 위로 내려갔다. ㅎㅎ 집에 도착해서 짐 풀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화장실 간다면서 올라 가시길래 잽싸게 뛰어가서 아침에 돌려놓은 빨래를 가져다 널었다. 순식간에 성공!

차로 돌아와 짐을 풀기 시작하는데 브렌트 아저씨가 오셨다. Hey Brent~ 인사하고 나니 클리프 아저씨도 내려오셨다. 잠깐 얘기하시다가 나보고 천막 걷어 놓으라 하시고는 올라가신다. 집 안에서 뭔가 얘기를 하시는데 난 시킨 일 다 하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무작정 다 내릴 수도 없고…. 담배를 가져와서 2층 테라스에 말아 피우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길이 정말 예뻤다. 하늘이 거짓말처럼 파랬다.
차 앞유리 윗부분에 칠해진 그... ㅋㅋ 나름 셀프이펙트다 아날로그 ㅋ

브렌트 아저씨가 오늘도 어김없이 가져온 지미..
그 짐빔콕을 가지러 잠깐 나오셨는데 봉지에 들었던 나머지 한 캔을 들면서 마실래? 이런다. 헉 완전 땡큐지만 ‘노땡큐’ 했다. ‘그럼 나 혼자 다 먹어야지~’ 진짜 귀염둥이처럼 이러시길래 ‘제가 마셔도 되나요’ 했다. 당근. 이러면서 주신다. 흐흐 ‘고마버용. 나 이거 첨 먹어봐요ㅋ’ 흠 며칠 전에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거랑 똑같다. 여전히 맛있다. 맥주보다 훨씬 좋다…. 하긴 위스킨데.. 그거 먹고 있는데 클리프 아저씨가 안에서 자꾸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시길래 가봤더니 접시를 주신다. 토스트(아마 올리브 스프레드인 듯)랑 스크램블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다. ‘아저씨 꺼는요?’ 물었더니 ‘내 꺼도 금방 준비돼~’ 하시길래 가지고 나와서 밖에서 먹었다. 아마 아저씨는 안에서 브렌트 아저씨랑 얘기하면서 드실 듯. 브렌트 아저씨덕분에 오늘은 위스키랑 점심 먹게 생겼다. 와 근데 이게 너무 맛있는 거다! 스크램블 안에 베이컨이랑 각종 야채랑 잔뜩 들어있는데… 와.. 황홀했다. 거기다 지미콕까지..

 
기가 막혔다. 이렇게 맛있다니...

점심 먹고 났더니 메리 아줌마가 오셨다. 음식들로 보이는 걸 잔뜩 사 들고. 짐 나르는 걸 좀 도와드리고 커피 한잔 하자 시길래 한잔 먹다 보니 ‘댐’ 얘기가 나왔다. 금붕어랑 뭐랑 뭐랑 잔뜩 산다고 좀 이따 보여주겠다 하신다. 옹싸. 티타임이 끝나고 다시 농장으로 출동. 어제 하다만 포장 일을 마무리 짓고 나니 아줌마가 구경가자 하신다. 식빵을 한 조각 들고. 난 처음에 이 아줌마가 점심을 저걸로 드시려고 하나 했더니.. 금붕어 밥이었다. 쏘리…. 가서 한 조각 한 조각씩 잘라서 던지다 보니까 제법 많이 올라온다. 피라미들도 있고.... 근데 금붕어 입이 그렇게 큰지 또 이번에 알았다. 금붕어 밥 다 주고 돌아서면서 못에 있는 풀을 들 좀 뽑으신다. 제거할 수 있는 풀을 다 뽑아서 아줌마가 가져가고 난 뒤에 남겨진 자리에 뭐가 반짝이길래 봤더니 가제다.


발이 파랬다. '이러지 마~~'라고 말하는 듯. 뭔가... 늠름해 보인다

OMG! LOBSTER! 나중에 이거 봤다고 좋아하니까 예비? 뭐 다른 이름이 있단다. 예비라고 하신 것 같은데 스펠링..;; 아 민물 새우도 몇 마리 있었다. 와 신기신기. 이게 거의 오늘의 일과다. 별거 없이 끝난 하루.

한동안 계속 이럴 것 같다. 마무리할 시간이 돼서 닭장에 밥 주러 갔다가 ‘꼬꼬의 탈출’ 한 편 찍고,

 
탈출 후 외식하는 모습.. CHICS' DINNDER-OUT!

달걀을 5개 더 낳아놨길래 훔치러 갔다가 발목 쪼이고ㅋ 아차. 오늘 닭장 정문 쪽에 메리 아줌마네서 가져온 나무? 도 심었다. 굉장히 흡족해 하시는 듯. ㅎㅎ

일과가 좀 일찍 끝나서 아침에 세탁기 돌릴 때 따뜻한 물에 담가 놓았던 운동화도 빨았다. 오늘은 안 마르겠지.... 내일 다시 볕 좋을 때 바짝 말려야지. 이 신발, 지난번 거지 같은 우프생활 할 때 신었던 거라 복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빨아봤는데 갈색 물이 계속 나와서 내일 다시 빨까 싶기도 하다.

 
이 녀석 다리를 보는 순간….. 확 물어뜯고 싶었다. 얼마나 맛있게 생겼던지.

 
이 녀석이 너무 좋아진다. 나도 한 마리 키우고싶다. ㅎㅎ 색히.. 훔쳐갈까. ㅋ

 
어항 속 금붕어를 보는 고양이 같은 느낌의 부츠

저녁까지 시간이 좀 남았길래 생각만 해오던 짐 정리에 들어갔다. 빨래도 걷어오고 정리해보니 공간이 많이 생겼다. 응? 뭘 잃어버렸나? 정리하고 나니 뭐 어쨌든 공간이 좀 남았다. 6시가 좀 넘어서 올라갔더니 아줌마는 선반 정리 중이셨고 아저씨는 주방에서 요리 중. 오늘은 뭐가 싶어서 가봤더니.... 또 스테이크다!! ‘니가 요리할래?’ 하시길래 좋다고 나섰다. 오늘은 그렇게 내가 만든! ㅋ 스테이크로 배가 터져라 멋지게 먹고(금요일 저녁이니까ㅋ) 와인도 두 잔쯤 마신 것 같다.

 
'날 데워줘' 외치고 있는 스테잌

 
나 요리하는 남자야~

 

식사 중에 맘에 드냐 물어보시길래 ‘완전 좋아요. 눌러앉아 살고 싶어요!’ 했더니 ‘허허 여긴 내가 살아야 되니까 딴 데 가서 알아봐’ 이러신다. 우리 좀 친해졌어요.ㅋㅋ. 오늘 새로운 채소를 하나 알게 됐다. BEETROOT라는 건데 단무지를 보라색 물에 담가 놓은 것 같은 건데 맛이 괜찮았다. 도대체 뭐지. 뭐 검은색 뿌리식물이라고 나오던데..


뒤로 보이는 마늘 빵. 오븐에 살짝 데워서 나온 거였는데 맛이 ... 빵이 그냥 막 입안에서 녹았다. ㅋ

설거지는 내가 해야지 싶어서 접시 갖다 놓고 물을 틀었더니 아저씨가 ‘놔두고 소파에 앉아서 티비나 보자.’ 이러신다. 오케이 좋다고 바로 갔다. 아줌마가 하시는 건가?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다 같이 요리 프로를 보고 있는데 부츠가 밖에 있다가 들어왔다. 추웠는지 카펫에 몸을 미친 듯이 비벼대다가 세 사람이 모두 다른 의자에 앉아있자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중에 아저씨, 아줌마가 서로 자기한테 오라고 말하니까 그 사이에 있던 나한테 와서 앉았다. 짜식. 너도 젊은 사람이 좋구나. ㅋ

다 같이 한바탕 웃고 나서 다시 티비 삼매경. 한참 보는데 아줌마가 일어나신다. 설거지 하시려나 보다 싶어서 곧 따라갔더니 숨어있던 식기세척기에 그릇들을 넣고 계셨다. ‘아 그랬군요.’ 하면서 다시 와서 티비 집중. 한참보다 8시 반쯤 먼저 내려가 쉴게요 하고 내려왔다.

오늘은 크게 한 일이 없지만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된 기분이다. 특히 이분들과 좀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힝 떠나기 싫다. ㅋ


테라스에서 바라본 실내 전경
흔들린 건가 초점이 안 맞는 건가...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