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5. 16. [22:33]
오늘은 뭔가 특별한 날인 것 같다. 읍내
마실 나가는 날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특별하다 왠지. 아침부터
좀 일찍 일어났다. 누군가가 깨우기 전에. 뿌듯. 신경을 자꾸 썼던 탓인지 5시 반에 누군가 설거지를
하는 소리에 깼었다. ㅎㅎ 일어나서 우유 파우더를
물에 타고 시리얼과 커피를 마시고 자~ 나가보자 해서 갔더니
데런이 바닥에 누워서 모윙카를 손보고 있다 예초기 날을 갈고 있단다. 잘 되냐니까 별로…ㅋㅋ 정말
잘 안 되는지 한번 해볼래? 물어본다. 색히.. 형아가 해줄게. ㅋㅋ 일단 눕기는 했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된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성공! 바닥에
누워서 보니 네모난 큰 판의 모서리 마다 구멍이 있다. ‘이거 4개 다 달아야 해?’ 두 개만 하면 된단다. 별거 아니네 라고 두 번째 날의 너트를 풀기 시작했는데 거의 다 돼가다가 너트가 계속 헛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큰 돌을 가져와서 타이어 밑에 깔려고 이거 좀 들어줄래? 하니까 그제야 재키를 가져온다. 멍청이. ㅋ 근데 문제는 그걸로도 시야가 크게 확보되지는 않았다는 점… 별의별
연장을 다 가지고 와서 해봤지만 계속 실패… Fucking nuts! 을 수도 없이
외쳤다. ㅋ 포기할까 하다가… 어떻게 했더라? 어쨌든 성공했다. 축하한단다…ㅎㅎ
바퀴 사이에 동그란 데에 날이 들어있다. 저 좁은데 누워가지고...ㅡ,.ㅡ;;
일요일은 어제였는데 분위기가 오늘이 일요일 같다. 다들
차 마신다. 응? 나도 합세. 오늘은 노는 날이구나~ 내 랩톱을 가져와서 어젠가
얘기했던 럭키 루이를 틀어줬다. 좀 시큰둥. 1회부터
난 빵 터졌는데… 뭐 그렇게 1편을 다
보고 각자 할 일을 하러 갔다. 아 그전에 론다 아줌마가 괴성을 막 지른다. 이틀 동안 작업한 자료가 날아갔단다. 나중에 데런한테
들으니까 워드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으로 작업하다 날린 게 아니라 웹 페이지에 바로 올리고 있었는데
자료가 한순간에 날아갔고 백업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는 것. 좀… 어리하다.
안..뜰...ㅋ 햇살이 좋은걸 개님도 아셨는지 일광욕하신다ㅋ
어떻게 그럴 수가… Ctrl + S 몰라? 오마이갓. 앞으로 두 시간 동안은 아무도 자기한테
말하지 말라고 아줌만 가버리고 난 밖에서 서성이는데 데런이 ‘자
그럼 삽질 시작해볼까?’ 이런다… 뭐라 했더라.. Now shall we start digging? 뭐 그랬다. 전에
벤치 작업해서 저 멀리 가져다 놓은 데로 가서 땅을 좀 파고 벤치를 심자는 것. 연장을 하나둘
챙겨 고고싱. 생각보다 곡괭이질이 힘들다. 등
근육 쓰는 일이라 좋다고 주문 걸면서 하다 보니 거의 다 돼간다. 11시가 좀 넘었었나? 데런이 이제 나머지는 하기 편하니까 너 혼자 해 난 가서 점심 준비할게 한다. 그래~ 나 혼자 하는 일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11시 40분쯤? 제자리를 찾은 벤치에 앉아서 음악 좀 듣다가 밥
먹으러 출발. 내가 집에 도착하니까 데런이 방에서 나온다. 딱
걸렸어. 이놈… 와서 자고 있었던 것 같다. 나빠요.
손 씻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근사한 냄새가 난다. 고기
같기도 하고.. 가 봤더니 돈가스처럼 생긴걸 한 그 구워놨다. 이거
고기야? 물었더니 으깬 감자랑, 고구마랑
양파랑 당근이랑 등등 넣어서 구운 거란다. 먹어봐~ 하길래
한입 물었는데 오 멋지다. ‘야~ 고기 같아~’ㅋ 좋단다. ㅋ 그러면서
샤워할거면 지금 하지 그래~ 하길래 바로 달려갔다. 이틀만의
샤워다. 아 좋다. 근데....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 거품 칠은 한 그
해놨는데.. 찬물로 헹구고 온몸에 로션 바르고 나갔더니 론다 아줌마 등장. 괜찮아요? 물었더니 뭐 한참 얘기하더니 괜찮단다.
이 아줌마 말을 참 친절하게 해준다. 아주
상세하게.... 가끔 보면 넘 지나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ㅎ 양상추와 함께 하는 점심. 다들
맛있게 먹는데 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케첩을 가져와서 먹었다. 와.... 어떻게 그냥 먹지 싶다. 양상추도 그냥 먹는다. 드레싱 하나도 없이.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보니
어느덧 나갈 시간. 대충 준비하고 챙겨서 출발! 아저씨는
집 지키고 우리 세 명이 간다. 처음 가보는 보데저트.
오 ㅈㄴ.... 읍내다. 진짜 휑하다.
보데저트 읍내. 현재시간 오후 5시 20분. 깜찍한 도서관 사진을 안 찍었군.
제일 큰 거리로 보이는 한 사거리에 KFC가
있다. 내가 10년에 한 번쯤 가는 KFC. 일단 엄마한테 전화했다. 국제전화. ㅋ ‘우리아들~’ 엄마가
반갑게 맞아준다. 힝. ㅋ 짧은 통화를 마치고 펍을
찾았다.
참 좋다. 마시고 싶으면 아침이든
저녁이든 언제든 마실 수 있다. 제일 싼 맥주 저그 주세요.
15달러다. 시원하게 줬다. 맛은
별로.... 느낌이 좋았다. 오랜만은 아니지만
왠지 해방됐다는 기분? ㅎㅎ 근데 좀 많다. 아버지한테도
전화했지만 늘 그렇듯 ㅋ 안 받으신다. 오늘 할아버지 산소에 가셨다던데 벌초 하시나 보다. 아부지. 아들도 맨날 벌초해요. 할아버지께 죄송해요. ㅎㅎ
호스텔에서 만났던 몇몇 사람한테 전화하고 적어온 TO-DO
LIST를 보는데 인터넷이 안되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중 몇 개만 가능한
걸 하러 도서관엘 갔다. 도서관이.... 귀엽다. 책방만 하다. ㅋ
노트북은 쓸 수 없단다. 대신
자기네 컴퓨터 쓰라길래 앉아서 다음 우프주인을 좀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 근데도 시간은 잘
흘러서 문 닫을 시간인 5시 반이 됐다. 배가
고프다. 갑자기 미친 듯이 고프길래 할 수 없이 KFC에
갔다.
와… 만원이다. 감자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와.... 업그레이드는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거다. 진짜
감자만 먹어도 배가 터질 듯 많더라…. 반면에 햄버거는… 맥도날드
기본 햄버거 정도? FILLET BURGER라는데 코딱지만 하다. 내
사랑 코크제로도 안 팔면서.. 나빠요. 론다
아줌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까 내가 데런한테 저녁 어떡하냐고 물어본다고 전화했는데 안 받더니
아줌마가 하셨다. 내가 곧 거기로 가겠다고 하고 끊고 허겁지겁 먹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10분쯤 걸린다고 했다.
업그레이드 감자만 먹는 데 10분은
걸리겠다. 허겁지겁 먹었다. 다행히 딱 10분 되는 시간에 도착. 여러 사람들을 소개해
주신다. 전부 할머니 할아버지다. 나까지 7명이 포럼에 참석했고 그중에 할머니 한 분은 완전 우리 엄마 스타일이다. 호탕함은 이런 거요~ 보여주시는 분이다. 다들 너무 멋지다. 거기다 나한테도 말할 시간을
준단다.
오 정말? 난 별로 할 말 없는데…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시작됐다. 순서가 흘러 호탕
아줌마 얘기가 끝나자마자 익스큐즈미~ 나
프리젠테이션에 관해서 좋은 자료 있는데 한마디 해도 되나요~ 근데 이거 보여주려면 컴퓨터 충전을
좀 해야 하는데 지금 해도 될까요? 물었더니 다들 기분 좋게 그러라고 하신다. 고마워요~~
대장 아줌마로 보이는 분이 주신 쬬꼬 코팅된 마시멜로. 완전 달다. 그 옆에 보이는 내 만년필.
한국서 선물 받은 건데.. 혹시나 해서
워터맨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가격을 물었더니 $390이래 와 내 꺼 비싼 거였어. ㅋ
호탕 아줌마가 얘기하실 때까지만 해도 주제가 ‘프리젠테이션의
시각화’인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 얘기 듣다 보니 아니다. Wishful
thinking. 뭐지.... 어쩌다 보니 참가자가 1분씩 얘기하는 시간이 왔는데–wish 나 wishful thinking에 관해서 얘기하는 거다–난
뭐하지… 다들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건강이 제일 자주 나왔다.
나도 ‘건강’에 대해서 할건데… 바다건너 이국 땅에서 아프면 안되잖아. 타임 오바 했다. 1분 못 채우면 어쩌지 했는데 2분을 넘겼단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ㅎㅎ 다들 박수 쳐주시길래 연신 꾸벅꾸벅. 아, 내 앞에서 발표ㅋ 한 데런도 건강을 얘기했는데 그랜드
그랜드 칠드런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정신 차려라… 따블 그랜드면
너 증조할아버지다. 다들 한마디씩 하고 난 다음에 자유주젠가? 얘기하는
시간이 있는데 호탕 아줌마가 나보고 하란다.
옹싸. 내가 전에 읽었던 책. The presentation secrets of Steve Jobs의 목차랑 간단한 소개를 해줬다. 또 5분을 넘겼다. 기가막힌 타이밍이다. 딱 마지막 말을 하려는데
종이 울린 것.
마지막은 바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프리젠테이션 과정(준비과정을 포함한)을 즐기라는 것. 다들 오~ 한다 캬캬 뿌듯하다. 말은 잘 못 했던 것 같지만, 완전 신선한 경험이었다. (방금 본의 아니게 오타가 났는데 ‘선선한’을 ‘신성한’이라고 쳤었다ㅋ)
또 시간이 붕붕 흘러 클로징 멘트를 한다. 두
분이 하시고 난 다음에 누가 또 할래? 하시길래 저요~ 했다. 개그 한마디 치려고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느낀
것은 첫 번째. 다들 영어를 참 잘하신다는 거예요.’ ㅆ… 썰렁하다. ‘농담이었어요. 썰렁하군요. 정말 느낀 건 다들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감동받았어요. 제가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마이갓 이 분들 old 되게
싫어하시는 것 같다. 죄송하다 죄송하다 했더니 농담하신 거란다 대신 조심해서 써야 하는 단어라고. 나중에 뒷정리하러 주방에 갔다가 들은 얘긴데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려 보이고 싶은 건 만국 공통이다.
뭐라 뭐라 칭찬을 잔뜩 해주셨는데 잘 기억은 안 난다. 영어 잘하고 굿룩킹이고(손자뻘이니까 그렇게 말씀하셨을 거다. 우리 엄만 ‘내 아들 안 할래’ 그랬었다… 나 출국하기 전에ㅋ) 블라블라… 오이 아줌마들 완전 멋지다. 호탕 아줌마는 몇 주전에 64세가 되셨단다. 오~
제일 왼쪽 분홍 스웨터 입으신 분이 대장 추정 아줌마. 포스가 장난 아니다.
그 옆에 옆에 책 들고 계신 분이 호탕아줌마. 완전
우리 엄마삘이시다ㅎ 다시 그 옆이 데런놈, 론다 아줌마. 할아버지
뒤에 서 계시는 분은 좀 젊으신 분. 30대였다. 오늘 처음
오신 듯.
그렇게 작별인사를 오랫동안 하고 ㅋ 우린 바로 옆에 있는 콜스로 갔다. 내일 내가 할 카레 재료를 사러 간 거였는데 오뚜기 카레가 없다. 힝
이거 없으면 못 해요… 인디언 카레랑 일본 카레는 있었지만 ‘이건
내가 해본 적이 없어서, 거기다 우리나라 음식도 아니잖아요.. 슬퍼요ㅠ’하면서 카레는 포기. 라면만 몇 개 샀다. 라면이라도 먹여주자 싶어서.
그렇게 사서 돌아가는 길에 오마이갓 왈라비 발견! 전에도
보긴 했었지만 멀리서 본 거였고, 이번엔 차 바로 옆에서 봤다. 카메라 꺼낼 틈도 없이 사라졌지만. 거의 차에
치일뻔 했는데 데런이 급브레이크를 잘 잡는 덕에 사고도 없었고 방황하던 왈라비도 건너편으로
유유히 껑충껑충 뛰면서 사라졌다.
오 귀엽더라.... 정말 만화에
나오는 애들처럼 뛰어 다녔다. ㅋㅋ 부엉이도 몇
마리 보고 돌아오는데 와 오늘 정말 스펙타클한 날이구나 싶더라. 그나저나 이 사람들 완전 피곤하겠다. 8시면 자는 사람들이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많이 피곤하겠다. 나도 좀 피곤하네….
와.. 오늘도 한 시간째 쓰고
있다. 오늘 일기가 양이 제일 많은 듯.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피곤하다. 내일은 짐을 좀 챙겨놔야겠다. 모레면
새벽같이 나가야 하니까. 여기서 7시 반에
출발해야 한다. 굉장히 서운할 것 같다.... 다시
인사하겠지만. 호주에서 처음 만난 호주가족… 정말
고마웠어요. 큰 도움이 못돼서 미안해요. 좋은
기억만 가득 안고 갈게요~
Ps 전에 말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데런이랑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니다. 데런도 잘해주고 나도 잘해준다. 뭔가 분위기가 좀… 말로 하기 힘든 게 있어서
그렇지. 근데 이 친구 태도가 오늘 좀 바뀐 것 같았다.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왔다. 색히…. 형아 갈 때
되니까 슬포? ㅋㅋ
집에 도착하니 식탁 위에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 님이 계신다.
데런한테 얘기했더니 저걸로 쏴 죽였다. ㅋㅋㅋ
일명 바퀴건! 코크로치건.
방아쇠를 당기니까 선풍기같이 생긴 동그란 게 슝 날아가고 바퀴가 기절한다. 그 틈에 실외추방. 별게 다 있는 나라다. 바퀴를 무슨 개미 대하듯 하는 호주인도 대단. ㅋ
보이시나요? 드라큘라 성의 거미줄….
아시아 인이 많이 다녀가는 듯. 일본인들이
주고 간 선물이 많았고. 김홍도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진 소주잔도 있었다. 우퍼들이 두고 간 기념품들은 저렇게 거미줄을 입고 있었다. 싹 다. 소주잔만 빼고 ㅋ 그건 찬장 안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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