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06

2011. 05. 16. [22:33]

오늘은 뭔가 특별한 날인 것 같다읍내 마실 나가는 날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특별하다 왠지아침부터 좀 일찍 일어났다누군가가 깨우기 전에뿌듯신경을 자꾸 썼던 탓인지 5시 반에 누군가 설거지를 하는 소리에 깼었다. ㅎㅎ 일어나서 우유 파우더를 물에 타고 시리얼과 커피를 마시고 자나가보자 해서 갔더니 


데런이 바닥에 누워서 모윙카를 손보고 있다 예초기 날을 갈고 있단다잘 되냐니까 별로ㅋㅋ 정말 잘 안 되는지 한번 해볼래물어본다색히.. 형아가 해줄게. ㅋㅋ 일단 눕기는 했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된다어찌어찌 하다보니 성공바닥에 누워서 보니 네모난 큰 판의 모서리 마다 구멍이 있다. ‘이거 4개 다 달아야 해?’ 두 개만 하면 된단다. 별거 아니네 라고 두 번째 날의 너트를 풀기 시작했는데 거의 다 돼가다가 너트가 계속 헛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큰 돌을 가져와서 타이어 밑에 깔려고 이거 좀 들어줄래하니까 그제야 재키를 가져온다멍청이. ㅋ 근데 문제는 그걸로도 시야가 크게 확보되지는 않았다는 점… 별의별 연장을 다 가지고 와서 해봤지만 계속 실패… Fucking nuts! 을 수도 없이 외쳤다. ㅋ 포기할까 하다가… 어떻게 했더라어쨌든 성공했다축하한단다ㅎㅎ 

 
바퀴 사이에 동그란 데에 날이 들어있다. 저 좁은데 누워가지고...ㅡ,.ㅡ;;

일요일은 어제였는데 분위기가 오늘이 일요일 같다다들 차 마신다나도 합세오늘은 노는 날이구나내 랩톱을 가져와서 어젠가 얘기했던 럭키 루이를 틀어줬다좀 시큰둥. 1회부터 난 빵 터졌는데… 뭐 그렇게 1편을 다 보고 각자 할 일을 하러 갔다아 그전에 론다 아줌마가 괴성을 막 지른다이틀 동안 작업한 자료가 날아갔단다나중에 데런한테 들으니까 워드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으로 작업하다 날린 게 아니라 웹 페이지에 바로 올리고 있었는데 자료가 한순간에 날아갔고 백업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는 것… 어리하다

 
안..뜰...ㅋ 햇살이 좋은걸 개님도 아셨는지 일광욕하신다ㅋ

어떻게 그럴 수가… Ctrl + S 몰라오마이갓앞으로 두 시간 동안은 아무도 자기한테 말하지 말라고 아줌만 가버리고 난 밖에서 서성이는데 데런이 ‘자 그럼 삽질 시작해볼까?’ 이런다뭐라 했더라.. Now shall we start digging? 뭐 그랬다전에 벤치 작업해서 저 멀리 가져다 놓은 데로 가서 땅을 좀 파고 벤치를 심자는 것연장을 하나둘 챙겨 고고싱생각보다 곡괭이질이 힘들다등 근육 쓰는 일이라 좋다고 주문 걸면서 하다 보니 거의 다 돼간다. 11시가 좀 넘었었나데런이 이제 나머지는 하기 편하니까 너 혼자 해 난 가서 점심 준비할게 한다그래나 혼자 하는 일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1140분쯤제자리를 찾은 벤치에 앉아서 음악 좀 듣다가 밥 먹으러 출발내가 집에 도착하니까 데런이 방에서 나온다딱 걸렸어이놈… 와서 자고 있었던 것 같다나빠요

손 씻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근사한 냄새가 난다고기 같기도 하고.. 가 봤더니 돈가스처럼 생긴걸 한 그 구워놨다이거 고기야물었더니 으깬 감자랑고구마랑 양파랑 당근이랑 등등 넣어서 구운 거란다먹어봐하길래 한입 물었는데 오 멋지다. ‘고기 같아~’ㅋ 좋단다.  그러면서 샤워할거면 지금 하지 그래하길래 바로 달려갔다이틀만의 샤워다아 좋다근데....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거품 칠은 한 그 해놨는데.. 찬물로 헹구고 온몸에 로션 바르고 나갔더니 론다 아줌마 등장괜찮아요물었더니 뭐 한참 얘기하더니 괜찮단다

이 아줌마 말을 참 친절하게 해준다아주 상세하게.... 가끔 보면 넘 지나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양상추와 함께 하는 점심다들 맛있게 먹는데 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케첩을 가져와서 먹었다.... 어떻게 그냥 먹지 싶다양상추도 그냥 먹는다드레싱 하나도 없이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보니 어느덧 나갈 시간대충 준비하고 챙겨서 출발아저씨는 집 지키고 우리 세 명이 간다처음 가보는 보데저트


오 ㅈㄴ.... 읍내다진짜 휑하다.


보데저트 읍내. 현재시간 오후 5시 20분. 깜찍한 도서관 사진을 안 찍었군.

제일 큰 거리로 보이는 한 사거리에 KFC가 있다내가 10년에 한 번쯤 가는 KFC. 일단 엄마한테 전화했다국제전화.  ‘우리아들~’ 엄마가 반갑게 맞아준다. ㅋ 짧은 통화를 마치고 펍을 찾았다

참 좋다마시고 싶으면 아침이든 저녁이든 언제든 마실 수 있다제일 싼 맥주 저그 주세요. 15달러다시원하게 줬다맛은 별로.... 느낌이 좋았다오랜만은 아니지만 왠지 해방됐다는 기분? ㅎㅎ 근데 좀 많다아버지한테도 전화했지만 늘 그렇듯 ㅋ 안 받으신다오늘 할아버지 산소에 가셨다던데 벌초 하시나 보다아부지아들도 맨날 벌초해요할아버지께 죄송해요. ㅎㅎ 

호스텔에서 만났던 몇몇 사람한테 전화하고 적어온 TO-DO LIST를 보는데 인터넷이 안되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그중 몇 개만 가능한 걸 하러 도서관엘 갔다도서관이.... 귀엽다책방만 하다.  

노트북은 쓸 수 없단다대신 자기네 컴퓨터 쓰라길래 앉아서 다음 우프주인을 좀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근데도 시간은 잘 흘러서 문 닫을 시간인 5시 반이 됐다배가 고프다갑자기 미친 듯이 고프길래 할 수 없이 KFC에 갔다

… 만원이다감자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 업그레이드는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거다진짜 감자만 먹어도 배가 터질 듯 많더라…. 반면에 햄버거는… 맥도날드 기본 햄버거 정도? FILLET BURGER라는데 코딱지만 하다내 사랑 코크제로도 안 팔면서.. 나빠요론다 아줌마한테 전화가 왔다아까 내가 데런한테 저녁 어떡하냐고 물어본다고 전화했는데 안 받더니 아줌마가 하셨다내가 곧 거기로 가겠다고 하고 끊고 허겁지겁 먹었다무슨 생각이었는지 10분쯤 걸린다고 했다

업그레이드 감자만 먹는 데 10분은 걸리겠다허겁지겁 먹었다다행히 딱 10분 되는 시간에 도착여러 사람들을 소개해 주신다전부 할머니 할아버지다나까지 7명이 포럼에 참석했고 그중에 할머니 한 분은 완전 우리 엄마 스타일이다호탕함은 이런 거요보여주시는 분이다다들 너무 멋지다거기다 나한테도 말할 시간을 준단다


오 정말난 별로 할 말 없는데…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시작됐다순서가 흘러 호탕 아줌마 얘기가 끝나자마자 익스큐즈미나 프리젠테이션에 관해서 좋은 자료 있는데 한마디 해도 되나요근데 이거 보여주려면 컴퓨터 충전을 좀 해야 하는데 지금 해도 될까요물었더니 다들 기분 좋게 그러라고 하신다고마워요~~ 

 
대장 아줌마로 보이는 분이 주신 쬬꼬 코팅된 마시멜로. 완전 달다. 그 옆에 보이는 내 만년필.

한국서 선물 받은 건데.. 혹시나 해서 워터맨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가격을 물었더니 $390이래 와 내 꺼 비싼 거였어.

호탕 아줌마가 얘기하실 때까지만 해도 주제가 ‘프리젠테이션의 시각화인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 얘기 듣다 보니 아니다. Wishful thinking. 뭐지.... 어쩌다 보니 참가자가 1분씩 얘기하는 시간이 왔는데–wish  wishful thinking에 관해서 얘기하는 거다난 뭐하지… 다들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건강이 제일 자주 나왔다

나도 건강에 대해서 할건데… 바다건너 이국 땅에서 아프면 안되잖아타임 오바 했다. 1분 못 채우면 어쩌지 했는데 2분을 넘겼단다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ㅎㅎ 다들 박수 쳐주시길래 연신 꾸벅꾸벅, 내 앞에서 발표ㅋ 한 데런도 건강을 얘기했는데 그랜드 그랜드 칠드런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정신 차려라… 따블 그랜드면 너 증조할아버지다다들 한마디씩 하고 난 다음에 자유주젠가얘기하는 시간이 있는데 호탕 아줌마가 나보고 하란다

옹싸내가 전에 읽었던 책. The presentation secrets of Steve Jobs의 목차랑 간단한 소개를 해줬다 5분을 넘겼다기가막힌 타이밍이다딱 마지막 말을 하려는데 종이 울린 것

마지막은 바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프리젠테이션 과정(준비과정을 포함한)을 즐기라는 것다들 오한다 캬캬 뿌듯하다말은 잘 못 했던 것 같지만, 완전 신선한 경험이었다. (방금 본의 아니게 오타가 났는데 선선한신성한이라고 쳤었다ㅋ)

또 시간이 붕붕 흘러 클로징 멘트를 한다두 분이 하시고 난 다음에 누가 또 할래하시길래 저요했다개그 한마디 치려고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느낀 것은 첫 번째다들 영어를 참 잘하신다는 거예요.’ … 썰렁하다. ‘농담이었어요썰렁하군요정말 느낀 건 다들 열정이 대단하십니다감동받았어요제가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마이갓 이 분들 old 되게 싫어하시는 것 같다죄송하다 죄송하다 했더니 농담하신 거란다 대신 조심해서 써야 하는 단어라고나중에 뒷정리하러 주방에 갔다가 들은 얘긴데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려 보이고 싶은 건 만국 공통이다


뭐라 뭐라 칭찬을 잔뜩 해주셨는데 잘 기억은 안 난다영어 잘하고 굿룩킹이고(손자뻘이니까 그렇게 말씀하셨을 거다우리 엄만 ‘내 아들 안 할래’ 그랬었다… 나 출국하기 전에ㅋ블라블라… 오이 아줌마들 완전 멋지다호탕 아줌마는 몇 주전에 64세가 되셨단다

 
제일 왼쪽 분홍 스웨터 입으신 분이 대장 추정 아줌마. 포스가 장난 아니다.

그 옆에 옆에 책 들고 계신 분이 호탕아줌마. 완전 우리 엄마삘이시다ㅎ 다시 그 옆이 데런놈, 론다 아줌마. 할아버지 뒤에 서 계시는 분은 좀 젊으신 분. 30대였다. 오늘 처음 오신 듯.

그렇게 작별인사를 오랫동안 하고 ㅋ 우린 바로 옆에 있는 콜스로 갔다내일 내가 할 카레 재료를 사러 간 거였는데 오뚜기 카레가 없다힝 이거 없으면 못 해요… 인디언 카레랑 일본 카레는 있었지만 ‘이건 내가 해본 적이 없어서거기다 우리나라 음식도 아니잖아요.. 슬퍼요ㅠ하면서 카레는 포기. 라면만 몇 개 샀다라면이라도 먹여주자 싶어서

그렇게 사서 돌아가는 길에 오마이갓 왈라비 발견전에도 보긴 했었지만 멀리서 본 거였고이번엔 차 바로 옆에서 봤다카메라 꺼낼 틈도 없이 사라졌지만거의 차에 치일뻔 했는데 데런이 급브레이크를 잘 잡는 덕에 사고도 없었고 방황하던 왈라비도 건너편으로 유유히 껑충껑충 뛰면서 사라졌다

오 귀엽더라.... 정말 만화에 나오는 애들처럼 뛰어 다녔다. ㅋㅋ 부엉이도 몇 마리 보고 돌아오는데 와 오늘 정말 스펙타클한 날이구나 싶더라그나저나 이 사람들 완전 피곤하겠다. 8시면 자는 사람들이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많이 피곤하겠다나도 좀 피곤하네…. 

.. 오늘도 한 시간째 쓰고 있다오늘 일기가 양이 제일 많은 듯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피곤하다내일은 짐을 좀 챙겨놔야겠다모레면 새벽같이 나가야 하니까여기서 7시 반에 출발해야 한다굉장히 서운할 것 같다.... 다시 인사하겠지만호주에서 처음 만난 호주가족… 정말 고마웠어요큰 도움이 못돼서 미안해요좋은 기억만 가득 안고 갈게요~


Ps 전에 말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데런이랑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니다데런도 잘해주고 나도 잘해준다뭔가 분위기가 좀… 말로 하기 힘든 게 있어서 그렇지근데 이 친구 태도가 오늘 좀 바뀐 것 같았다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왔다색히…. 형아 갈 때 되니까 슬포? ㅋㅋ

 

집에 도착하니 식탁 위에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 님이 계신다.
데런한테 얘기했더니 저걸로 쏴 죽였다. ㅋㅋㅋ 일명 바퀴건! 코크로치건.

방아쇠를 당기니까 선풍기같이 생긴 동그란 게 슝 날아가고 바퀴가 기절한다. 그 틈에 실외추방. 별게 다 있는 나라다. 바퀴를 무슨 개미 대하듯 하는 호주인도 대단.

 
보이시나요? 드라큘라 성의 거미줄….

 
아시아 인이 많이 다녀가는 듯. 일본인들이 주고 간 선물이 많았고. 김홍도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진 소주잔도 있었다. 우퍼들이 두고 간 기념품들은 저렇게 거미줄을 입고 있었다. 싹 다. 소주잔만 빼고 ㅋ 그건 찬장 안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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