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5. 15.
19:42. 어제 빌려온
영화 못 봤다. 컨트리 코든가 컨티넨트 코든가 안 맞아서 내 컴퓨터로는 볼 수 없단다.
일어나니 8시 20분쯤 됐던 것 같다. 아저씨가 똑~ 하는 순간 바로 문을 열면서 얘기했다 굿모닝. 나
무슨 문제 있나 봐요. 알람도 바꿨는데 못 들었어요. ㅠㅠ
대충 이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의 임무는 어제랑 좀 비슷한데 중간에 뭐가 꼈다. 처리할 나무들을 한데 묶어서 차로 끌어당기는 것.
역시나 잘 안 된다. 멀쩡한
나무를 같이 묶어 놓으니 안될 수밖에 차가 계속 헛바퀴를 돌기에 확인해보니 할아버지 나무에도 밧줄을 감아놨다. 온
다리 다 긁혀가면서 풀고 (멍청이 데런) 웃으면서
이제 됐다~ 고 했다. 개쉑. 임마 이거 밧줄도 잘 묶을 줄 모른다. 완전 칭칭
감는다. 사진 찍어놓고 싶었는데 눈치 챌까 봐 패스. 11시쯤
됐나? 아줌마가 차 한잔하고 하자신다. 냉큼
달려갔다. 처음 보는 차를 만들고 있길래 뭐냐 했더니 진저….
뭐라고한다.
이 사람들 생강 진짜 좋아한다. 이거
우리나라에서 해먹으면… 옛날 다방에서 찾던 ‘생강차’… 촌놈들 ㅋ 뭐 그때는 그냥 신기해 보이길래 나도
달라고 했는데 처음 입 대는 순간 당장 버리고 싶었다. 할 수 없어서 설탕이라도 넣어서 먹자
싶어서 한 그 넣었다. 좀 있으니까 데런이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본다. ‘너 설탕 더 넣은 거야?’ ‘응 왜’ ‘설탕 들어가 있는 건데.. 안 달아? ’‘c’mon it ain’t sweet for me you know I just stop to smoke” 이러면서
농담도 좀 하고 앉아 있다 보니 40분이나 흘렀다.
다시 일하러 갔는데… 정말 하기
싫다. 햄버거 생각이 간절하다. 맥주와
함께하는 배고픈 재키.. 아.... 잡생각 한참 하면서 일
하다 보니 1시다. 시간은 잘 가네. 아줌마가 와서 밥 먹고 하잖다~ 옹싸~ 나 여기서 밥 시간 너무 환장하듯이 기다리는 것 같다. 이
사람들 오해 할까 봐 걱정. 오늘은 무슨… 꿀꿀이
죽 같은 거다. 근데 이 사람들 여기다 요거트랑 치즈랑 넣어서 먹는다… 난 요거트는 도저히 못 넣겠고 치즈만 좀 넣어갔다. 어?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치즈도 멋져. 다시 일어나서 치즈 한 그 더 가지고 오는데 아줌마가 한마디 하신다. 웃으면서.
‘와~ 그렇게 먹다가는 다음 요리 때 치즈 없이 먹겠네~’
+++ 안 먹는다 드러워서. 쳇. 사실
이미 왕창 넣었다. ㅋㅋ 그렇게 가져와서 막~ 먹고
있는데 데런이 물어본다. ‘너 옛날 영화 한 편 더 볼래?’ 와이낫~ 이번 영화는 1947년 만들어진 영화란다. 우리 아버지가 52년생이신데… 아부지보다 5살이 많다. 뭐 웃긴 거라는데 코드가 잘 안 맞다. 좀 있다
둘러보니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다. ㅋㅋ 영어자막에
재미도 없어 놨더니 잠이 솔솔 온다.
‘나 한숨 자고
와도 될까요?’ 했더니 그러란다. 아줌마
왈 ‘데런, 그럼 덜 본 거는 나중에 보자’ 헉! ‘나 보여주려고 틀어놨던 거에요? 당신들은 다 봤어요?’ 그렇단다. 대단하다 이 재미없는 걸 또 보고 앉아있었다니.
어쨌거나 처음 얻은 낮잠 시간이다. 히히. 한 시간 알람 맞춰놓고 잤는데 30분쯤 됐나? 아저씨가 무슨 모터를 돌린다. 예초기 같다. 아놔. 일어나서 헬로 한마디 하고 다시 일하러 갔다. 조금만 더하면 조깅 갈 시간이다 힘내자. 열심히
일하고 나무에 완전 긁히고 하다 보니 4시다. 들어와서
발 씻고 선크림 다시 바르고 반바지 입고 나가려고 하는데 아줌마가 뭐라 하신다. 잘은 모르겠는데
뭐 불 싸지르러 가자고 하는 거 같다… 뭐지? 양동이
챙겨서 가자고 하더니 나뭇잎 긁어모으는 거 ‘뤠이크’라고
하는 것 같던데 rake 맞나?
뭐 아무튼 그거랑 양동이에 물 받은 거 가지고 갔더니 불장난한다. 헉. 왜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이제 겨울이라 굉장히 건조해지기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던진 담배꽁초 때문에 온 산이 다 탈 수 있다고 도로 주위의 풀들을 미리 태우는 거란다.
(지금 갑자기 suddenly!! Nathan Milstein의 바이올린 연주가 끝나고 Mstislav Rostropovich의 첼로 연주가 시작됐다. Cello
Suite no.1 in G major, bwv 1007.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아~ 아 다시 본론. 아줌마의 불장난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데런이 어디서 나무 부채를 만들어 왔다. 긴급상황에서 쓰는 거라고 하던데 이 색히가 거짓말한 것 같다. 아닌가.... 불이 숲 쪽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서 쓰는 거라고 했는데.... 반쯤
맞는 것 같다. 내가 하도 열심히 하니까 아줌마랑 데런이랑 하는 얘기가 ‘동화가 이거 되게 좋아하는 거 같아~ 응 엄마
그런 거 같아. 캬캬’
첨 보는데 그럴 수도 있지. 좀
덜 탄 풀이 있길래 물어봤더니 쟤네들은 잘 안 탄다며 화요일쯤 다시 하잖다. 옹싸. 또 한다, 불놀이~ 이렇게
오늘의 조깅은 날아갔지만 재미있었다. 저녁을 해야 하는데 데런이 바쁘다. 따라가 봤더니 망원경을 꺼내서 달구경 간다. 처음에
가져온 망원경으로 성에 안 차는지 더 큰 걸 가지고 오는데… 우와~ 크레이터라는 게 그렇게 생긴 건지 오늘 처음 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전 촌놈 티 다 냈다. 으
촌놈.
한참 달구경 하다 들어왔는데 이 사람들 밥 먹을 생각을 안 하네… 너 배 안 고파? 물었더니 별생각 없단다. 그러면서 나보고 배가 얼마나 고프냐 길래 난 항상 배고프다고 했다. 점심때
먹다 남은 죽에 물을 왕창 붇더니 끓이다가 다 끓었는지 지꺼만 덜어가서 먹는다. 치사한 색히 말이라도
좀 해주던가. 어랍쇼? 내 꺼 다 떠서… 아무도 안 넣은 치즈 나만 넣어서 소파로 갔더니… 아줌마는
벌써 다 드셔간다… 치사해 전부. 다들
식사 생각이 얼마 없는 듯 보이길래 내 짜파게티 오늘 먹을래? 물었더니 그러잖다.
짜파게티 하나로 4명이 나눠
먹는 건 한국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근데 이색히들 진짜 다 먹는다. 맛있단다. 데런 임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찾았는지 젓가락을 가져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 두 개. 나도
포크로 먹는데. ㅋㅋ 잠깐 비웃어줬다. 귀여운 색히. 다행이다 다들 맛이 괜찮단다. 그렇게 한 젓가락씩
먹고 나니까 아줌마가 설거지해준다. 저녁 먹자마자 내가 산더미 같던 걸 다 해놔서 별로 할
건 없다. 고맙다고 하신다. 뭘요~캬캬. 근데 이 사람들 신기한 게 소리만 들을 때는 분명히
설거지를 하는 건데 소리가 멈추고 난 다음 나가서 보면 설거지할 그릇이 아직도 한참이다. 신기하다. 대체 뭘하는거지?
그렇게 설거지가 끝나고 아줌마랑 또 얘기가 시작됐다. 내일 읍내 나가는 얘기하다가 나 내일 담배 피워도 되나요? 집에
들어오기 얼마 전부터는 안 피울게요~ 차 타고 오는데도 한 시간쯤 걸린다길래 그 전부터 안
피우겠다고 하니 안 된다는 말은 안 하신다. 딱해 보이나 보다. 나중에 얘기하다 알았는데 아줌마 어머니가 담배 때문에 많이 힘드셨단다. (이 ㅅㅂ… 방금 내 방안에서 지나가는 쥐를 본
것 같다. ㅈㄴ…. 야생은 야생이다. 진개이 와일드라이프) 내일 할 일은 내일 하자. 럭키 루이 좀 더 보고 자야겠다. 오늘은 40분 만에 다 썼다… 신기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ㅎㅎ 굿나잇. 내 방안에 쥐새끼도 굿나잇… 슅…
Ps. 오늘 갑자기
든 생각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떠나기도 하지만 이런
무모함이 있기에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이 경험으로 더욱 안정적인 내일을 설계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If you don’t like where you are, then change
it. You are not a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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