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05

2011. 05. 15.

19:42. 어제 빌려온 영화 못 봤다컨트리 코든가 컨티넨트 코든가 안 맞아서 내 컴퓨터로는 볼 수 없단다.

일어나니 8 20분쯤 됐던 것 같다아저씨가 똑하는 순간 바로 문을 열면서 얘기했다 굿모닝나 무슨 문제 있나 봐요. 알람도 바꿨는데 못 들었어요. ㅠㅠ 대충 이렇게 하루를 시작했다오늘의 임무는 어제랑 좀 비슷한데 중간에 뭐가 꼈다처리할 나무들을 한데 묶어서 차로 끌어당기는 것

역시나 잘 안 된다멀쩡한 나무를 같이 묶어 놓으니 안될 수밖에 차가 계속 헛바퀴를 돌기에 확인해보니 할아버지 나무에도 밧줄을 감아놨다온 다리 다 긁혀가면서 풀고 (멍청이 데런) 웃으면서 이제 됐다고 했다개쉑임마 이거 밧줄도 잘 묶을 줄 모른다완전 칭칭 감는다사진 찍어놓고 싶었는데 눈치 챌까 봐 패스. 11시쯤 됐나아줌마가 차 한잔하고 하자신다냉큼 달려갔다처음 보는 차를 만들고 있길래 뭐냐 했더니 진저…. 뭐라고한다.

이 사람들 생강 진짜 좋아한다이거 우리나라에서 해먹으면… 옛날 다방에서 찾던 ‘생강차’… 촌놈들 ㅋ 뭐 그때는 그냥 신기해 보이길래 나도 달라고 했는데 처음 입 대는 순간 당장 버리고 싶었다할 수 없어서 설탕이라도 넣어서 먹자 싶어서 한 그 넣었다좀 있으니까 데런이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본다. ‘너 설탕 더 넣은 거야?’ ‘응 왜’ ‘설탕 들어가 있는 건데.. 안 달아? ’‘c’mon it ain’t sweet for me you know I just stop to smoke” 이러면서 농담도 좀 하고 앉아 있다 보니 40분이나 흘렀다

다시 일하러 갔는데… 정말 하기 싫다햄버거 생각이 간절하다맥주와 함께하는 배고픈 재키.. .... 잡생각 한참 하면서 일 하다 보니 1시다시간은 잘 가네아줌마가 와서 밥 먹고 하잖다옹싸나 여기서 밥 시간 너무 환장하듯이 기다리는 것 같다이 사람들 오해 할까 봐 걱정오늘은 무슨… 꿀꿀이 죽 같은 거다근데 이 사람들 여기다 요거트랑 치즈랑 넣어서 먹는다… 난 요거트는 도저히 못 넣겠고 치즈만 좀 넣어갔다생각보다 맛이 괜찮다치즈도 멋져다시 일어나서 치즈 한 그 더 가지고 오는데 아줌마가 한마디 하신다웃으면서

그렇게 먹다가는 다음 요리 때 치즈 없이 먹겠네~’ +++ 안 먹는다 드러워서. 사실 이미 왕창 넣었다. ㅋㅋ 그렇게 가져와서 막먹고 있는데 데런이 물어본다. ‘너 옛날 영화 한 편 더 볼래?’ 와이낫이번 영화는 1947년 만들어진 영화란다우리 아버지가 52년생이신데… 아부지보다 5살이 많다뭐 웃긴 거라는데 코드가 잘 안 맞다좀 있다 둘러보니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다. ㅋㅋ 영어자막에 재미도 없어 놨더니 잠이 솔솔 온다

나 한숨 자고 와도 될까요?’ 했더니 그러란다아줌마 왈 ‘데런그럼 덜 본 거는 나중에 보자’ ! ‘나 보여주려고 틀어놨던 거에요당신들은 다 봤어요?’ 그렇단다. 대단하다 이 재미없는 걸 또 보고 앉아있었다니.

어쨌거나 처음 얻은 낮잠 시간이다히히한 시간 알람 맞춰놓고 잤는데 30분쯤 됐나아저씨가 무슨 모터를 돌린다예초기 같다. 아놔일어나서 헬로 한마디 하고 다시 일하러 갔다조금만 더하면 조깅 갈 시간이다 힘내자열심히 일하고 나무에 완전 긁히고 하다 보니 4시다들어와서 발 씻고 선크림 다시 바르고 반바지 입고 나가려고 하는데 아줌마가 뭐라 하신다잘은 모르겠는데 뭐 불 싸지르러 가자고 하는 거 같다… 뭐지양동이 챙겨서 가자고 하더니 나뭇잎 긁어모으는 거 ‘뤠이크라고 하는 것 같던데 rake 맞나

뭐 아무튼 그거랑 양동이에 물 받은 거 가지고 갔더니 불장난한다왜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이제 겨울이라 굉장히 건조해지기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던진 담배꽁초 때문에 온 산이 다 탈 수 있다고 도로 주위의 풀들을 미리 태우는 거란다

(지금 갑자기 suddenly!! Nathan Milstein의 바이올린 연주가 끝나고 Mstislav Rostropovich의 첼로 연주가 시작됐다. Cello Suite no.1 in G major, bwv 1007.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아 다시 본론. 아줌마의 불장난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데런이 어디서 나무 부채를 만들어 왔다긴급상황에서 쓰는 거라고 하던데 이 색히가 거짓말한 것 같다아닌가.... 불이 숲 쪽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서 쓰는 거라고 했는데.... 반쯤 맞는 것 같다내가 하도 열심히 하니까 아줌마랑 데런이랑 하는 얘기가 ‘동화가 이거 되게 좋아하는 거 같아응 엄마 그런 거 같아. 캬캬’ 

 

첨 보는데 그럴 수도 있지좀 덜 탄 풀이 있길래 물어봤더니 쟤네들은 잘 안 탄다며 화요일쯤 다시 하잖다옹싸또 한다, 불놀이~ 이렇게 오늘의 조깅은 날아갔지만 재미있었다저녁을 해야 하는데 데런이 바쁘다따라가 봤더니 망원경을 꺼내서 달구경 간다처음에 가져온 망원경으로 성에 안 차는지 더 큰 걸 가지고 오는데… 우와크레이터라는 게 그렇게 생긴 건지 오늘 처음 봤다태어나서 처음으로완전 촌놈 티 다 냈다으 촌놈



한참 달구경 하다 들어왔는데 이 사람들 밥 먹을 생각을 안 하네… 너 배 안 고파물었더니 별생각 없단다그러면서 나보고 배가 얼마나 고프냐 길래 난 항상 배고프다고 했다점심때 먹다 남은 죽에 물을 왕창 붇더니 끓이다가 다 끓었는지 지꺼만 덜어가서 먹는다. 치사한 색히 말이라도 좀 해주던가어랍쇼내 꺼 다 떠서… 아무도 안 넣은 치즈 나만 넣어서 소파로 갔더니… 아줌마는 벌써 다 드셔간다… 치사해 전부다들 식사 생각이 얼마 없는 듯 보이길래 내 짜파게티 오늘 먹을래물었더니 그러잖다

짜파게티 하나로 4명이 나눠 먹는 건 한국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근데 이색히들 진짜 다 먹는다맛있단다데런 임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찾았는지 젓가락을 가져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 두 개나도 포크로 먹는데. ㅋㅋ 잠깐 비웃어줬다귀여운 색히다행이다 다들 맛이 괜찮단다그렇게 한 젓가락씩 먹고 나니까 아줌마가 설거지해준다저녁 먹자마자 내가 산더미 같던 걸 다 해놔서 별로 할 건 없다고맙다고 하신다뭘요~캬캬근데 이 사람들 신기한 게 소리만 들을 때는 분명히 설거지를 하는 건데 소리가 멈추고 난 다음 나가서 보면 설거지할 그릇이 아직도 한참이다신기하다대체 뭘하는거지

그렇게 설거지가 끝나고 아줌마랑 또 얘기가 시작됐다내일 읍내 나가는 얘기하다가 나 내일 담배 피워도 되나요집에 들어오기 얼마 전부터는 안 피울게요차 타고 오는데도 한 시간쯤 걸린다길래 그 전부터 안 피우겠다고 하니 안 된다는 말은 안 하신다딱해 보이나 보다나중에 얘기하다 알았는데 아줌마 어머니가 담배 때문에 많이 힘드셨단다. (이 ㅅㅂ… 방금 내 방안에서 지나가는 쥐를 본 것 같다. ㅈㄴ…. 야생은 야생이다진개이 와일드라이프내일 할 일은 내일 하자럭키 루이 좀 더 보고 자야겠다오늘은 40분 만에 다 썼다… 신기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ㅎㅎ 굿나잇내 방안에 쥐새끼도 굿나잇… 

Ps. 오늘 갑자기 든 생각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때로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떠나기도 하지만 이런 무모함이 있기에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이 경험으로 더욱 안정적인 내일을 설계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If you don’t like where you are, then change it. You are not a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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