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09

2011. 05. 24.

아침이 밝았다. 8시 반에 작업이 시작되니 7시 반에 올라와서 아침을 먹자고 했었는데 알람 듣고 일어나니 위층에 인기척이 없길래 ‘아저씨도 뻗으셨군’ 하면서 5분만…. 5분만을 하다 보니 8시가 다됐다. 허겁지겁 정신 차리고 양치질만 하고 올라갔다. 허걱. 아저씬 티비를 보고 계셨다. 목이 터질듯한 갈증이 몰려와서 ‘물 좀 주세요’ 했더니 냉장고를 뒤지신다. 오렌지 주스가 보이길래 저 저거 마셔도 되나요 했더니 서튼리~ 이러신다. 

한잔 가득 따라서 벌컥벌컥 마셨더니 이번엔 ‘시리얼 좀 줄까?’ 하신다. 고맙죵 이러는데 우유가 아닌 요거트를 꺼내신다. 응? ‘음… 이걸 어떻게 먹나요? ’물었더니 시범을 보여 주겠다고 하신다. 별거 없었다. 우유에 말아 먹는 게 아니라 요거트에 비벼서 시리얼을 먹는 거였다. 흠 신기하군…. 2/3쯤 먹었는데 이번엔 ‘커피 줄까’이러신다. 귀찮으시겠다 생각했지만 커피는 내게 꼭 필요한 거다. 또 고맙습니다 했다.ㅋ 요거트 시리얼 다 먹고 커피 마시고 있는데 이번엔 담배까지 주신다. 아침 한번 먹는데 ‘고맙습니다’가 도대체 몇 번이나 나온 건지. ㅎㅎ 

‘자 이제 일하러 가볼까’ ‘노 프라블럼~’ 달팽이들한테 갔더니 내 사랑 꼬꼬님들이 난리가 나셨다. 아침 먹을 시간인 줄 아는가보다. 아저씨가 들어가셔서 모이를 한 컵 가득 뿌리시더니 ‘달걀 내놔’ 이러신다. ㅎㅎ 근데 없다. ㅋ 이 아저씨 재미있으시다. No eggs, no food 이러신다. ㅋㅋ 아침에 나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꼬꼬 밥 주고 계란 수거. 그다음 달팽이 일이라신다.

 

달팽이 움막ㅋ에 덮어져 있는 검은 천 위에 쌓인 물을 털어내고 뚜껑을 열어 바람을 좀 쐬이는 가보다. 움막이 워낙 많다 보니 그 일도 한참 걸린다. 열심히 하다가 마쳤을 때 보니 아저씨가 안 계신다. 잠깐 기다렸더니 곧 오셔서는 이제 청소시간이란다. 호스를 줄줄 푸시더니 노즐을 고압으로 바꾸시더니 움막 한가운데에 있는 나마 판자 위를 씻어 내신다. 한번 하시더니 이제 너 해봐 하시길래 노즐을 잡고 열심히 쏴댔다. 판자 위에 청소하고 양 끝에 있는 접시에 물 좀 받아주고 ‘나 잘하고 있나요’ 물었더니 베리굿이라신다. 캬캬


한참을 돌면서 청소를 다 하고 나니 또 사라지셨다. 아저씨를 기다리면서 달팽이 촬영에 돌입열심히 찍고 있는데 아저씨가 다시 나타나셨다이번엔 밥 주기이것저것 넣고 믹서기에 윙 돌린 걸 우리나라 고추장 통 같은 데에 한 통 남아서 조금씩 뿌려주는 일이었다구석구석 쫓아다니면서 주고 났더니 ‘이제 커피 한 잔 할까?’ 하신다 와이낫좋다고 따라나섰다커피 한잔하러 나온 것이 점심시간까지 연결이 돼버렸다오늘의 점심은 뭡니까 물었더니 샐러드란다. 


장난치지 마세요. 이 아저씨 진지하시다. 허걱. 샐러드가 점심이라고? 아침에 물어봤을 땐 연어랑 샐러드랑 먹는다고 했었는데 막상 점심이 돼서 준비하시는 걸 봤더니 연어 통조림을 까서 샐러드랑 비비신다. 냄새가 꼭 참치 캔 딸 때 나는 냄새다. 맙소사. 이게 점심이라니… 완전 황당한 표정으로 이게 정말 다냐고 물었더니…ㅎㅎㅎ 뭘 얼마나 먹겠냐는 식으로 물어보신다. 허허 Do you want a heavy lunch? 이러신다. 아니 헤비 까지는 아니지만… 암튼 식사 중에 물어봤다. 

보통 샐러드는 스타터로 먹지 않냐고 했더니 뭐라고 하시는데 못 알아듣겠더라. 패스. 근데 아저씬 그마저도 조금만 들고 일어나신다. 덕분에 나만 배터지게 야채 먹게 생겼다. 남기면 나중에 먹을 때 더 힘들겠다 싶어서 다 드셨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신다. 잔반 처리에 나섰다. 진짜 식사시간에 야채만 배터지게 먹은 건 내 생에 처음이 아닐까…ㅎㅎ 메뉴야 어찌 됐든 잘 먹었다고 하고 설거지는 내가 했다.

샐러드...보기에만 그럴싸하다ㅎㅎ

다하고 나니 읍내에 좀 다녀오자고 하신다. 하던 일은 어떡하냐 물었더니 갔다 와서 할 거라신다. ‘이거 타이밍 잘 맞으면 오늘 일은 끝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와 오픈카를 타고 슝슝. 읍내에 가는 길에 잠시 들린 곳은 또 다른 친구분 집. 이분도 달팽이를 키우고 계셨다. 

두 분이 잠깐 얘기하시더니 친구분이 나한테 구경을 시켜주시겠다고 한다. 따라나섰더니 보여주시는 건… 달팽이다. ㅡ,.ㅡ;; 음 원 없이 달팽이 구경하고 있는데 라이언 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일부터 다윈에서 악어농장일을 하게 됐단다. ㅋㅋ 며칠 전 시내에서 코지(일본친구)를 만났을 때 대충 얘기는 들었는데 진짜 간단다. 

안 잡혀먹히게 조심하고라고 했더니 다들 왜 그 얘기만 하는 줄 모르겠다며, 내가 죽기를 바라나? 이런다 캬캬 잠깐 웃고 얘기하다 나중에 다시 인연이 닿기를 바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라이언형. 참 좋은 사람이다. 호주 떠나기 전에 다시 만나보고 싶은 첫 번째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오니 아저씨들끼리 달팽이 얘기에 꽃이 폈다.두 아저씨가 얘기하시는 동안 난 주위 구경에 나섰다. 둘러보니 바나나 나무도 있고 레몬 나무도 있고 인조 같은 진짜 잔디도 깔려있다. 장화 친구랑 나랑 둘이서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제 가자고 하신다. 

BOOTS의 UN-BOOTSED 발톱에 상처받은 내 다리. 굵군ㅋ

장 보러 출발. 오늘 간 곳은 울워스. 내가 필요한 거 사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신다고 한다. 알겠다고 하고 내려서 담배 종이와 필터를 사서 돌아왔더니 차에는 장화 친구만 있다. ‘아빠 어디 가셨니’ 하니까 모르는 표정이다. 잠깐 기다리니 오셨다. 응? 아무것도 손에 안 들고 계신다. ‘여기 왜 오신 거에요?’ 물었더니 또 짐빔사러 오셨단다. 

헉 술 한 병 사러 여기까지.... 정말 그게 다였다. 집으로 출발. 들어오는 길에 과자 생각이 나서 다음번엔 과자를 좀 사와야겠어요 했더니 가는 길에 슈퍼 있다면서 들리자고 하신다. 브렌트 아저씨 가게 옆에 있는 슈퍼에서 과자를 좀 사서 다시 집으로 출발. 가는 길에 또 어디 차를 대신다. 이번엔 들린 곳은 채소가게. 

파인애플이 고작 $2!!

우리나라에 국도를 다니다 보면 참외나 옥수수 같은 채소, 과일을 파는 노상 같은 데다. 아저씨가 사신 건 달팽이들을 위한 당근 한 포대. 완전 무겁다. 그거랑 땅콩처럼 생긴 호박 하나를 사서 돌아왔다. 
내가 당근을 영차 어깨에 메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그거 달팽이 농장에 있는 냉장고에 넣어 달라고 하신다. 오키. 가서 냉장고에 다 넣고 나니 아저씨가 오셔서는 당근을 썰기 시작하신다. 하나를 썰고 나더니 날 쳐다보신다. 눈치 대마왕이다. 

당근을 한 15개쯤 썰었던 것 같다. 그걸 여기저기 뿌려주고 다시 집으로. 아마 오늘 일은 끝났나 보다. 집에 와서는 내일은 일을 좀 더하자~ 하시더니 와인을 또 가져오신다. 난 커피 한잔 마시다가 아저씨랑 얘기가 또 시작됐다. 반밖에 못 알아듣는 대화가 다시.... 젊은 사람들이랑은 말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알아 듣기가 좀 힘들다. 하여튼, 커피를 다 마시고 나니 나도 뭘 좀 마셔야겠다. 나도 와인 한잔을 가져왔다. 

아! 지난번 피자집에서 처음 본거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의 와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물잔에 8부 정도 물을 붓듯이 와인을 채우신다. ㅎㅎㅎ 완전 쿨하다. 하긴 집에서 편하게 먹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난 집에서 마실 때도 안 그랬지만 흠.

한 시간쯤 더 이야기하다가 도저히 피곤해서 안 되겠다고 말하고 내려와서 좀 쉬었다. 저녁은 6시 반에 먹기로 하고 그때 올라오기로 하고 내려와서 쉬었다. 6시 20분에 힘겹게 눈을 떠서 올라갔더니 아저씬 거실 소파에서 주무신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메일이나 좀 쓰자 싶어서 랩톱을 가져왔다. 

메일 확인에 몇 장을 쓰고 나서보니 7시 45분이다. 배고파서 아저씨를 깨웠다. 3번이나 깨웠는데 안 일어나신다. 안 되겠다 싶어서 먼저 조금 먹었다. 점심때 슬로우 쿠커에 안쳐놓은 갈비찜 같은 요리. 한 그릇 덜어와서 먹는데 진짜 니맛 내맛도 없다. 

너무 오래 요리한 탓인지 육즙은 다 빠지고 건더기만 남았다. 정말 채소가 고기보다 더 맛있다는 엄마 말이 맞았다. ㅋㅋㅋ 8시쯤 되니 아저씨가 깨셨다. ‘미안해요, 너무 배고파서 먼저 좀 먹었어요. 지금 8시에요’ 했더니 흠 이러면서 웃으신다. 

뭐지 저 표정…. 만약 나라면 미안해서 바로 일어나서 제대로 식사 준비를 다시 해줄 텐데 이건 뭔 순서가 바뀌어서 오히려 내가 물어봤다. 좀 덜어다 드릴까요? 괜찮으시단다. 생각 없으시데.. 나한텐 조금도 미안함을 안 느끼시는 것 같았다. ㅎㅎㅎ 내가 먹을걸 좀 더 덜어와서 먹고 있는데 또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아 잠이 덜 깨신 거였구나. 결국 내가 다 먹고 설거지까지 다 하고 내려올 때까지 아저씬 일어나지 않으셨다. 덕분에 오랜만에 메일도 천천히 다 확인해보고 이렇게 다시 일기도 쓴다. 1시가 다 되어간다.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서 빨래 좀 하려 했더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이제 자야겠다. 너무 피곤해…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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