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본격적인 새로운 호스트 탐색에 들어갔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찾고 메일 보내기를 며칠하고 나니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답장만 기다리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겁지겁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긴 거의 농장 일을 하시는 분들이니까.
특이한 일만 찾다 보니 브리즈번 주위에서 하기로 마음먹었던 우핑이 보웬 지역까지 올라갔다. 아주 집요하게 컨택을 시도했던 곳은 누드 팜. 어떻게 찾다 보니 naturist라는 단어가 진하게 적혀있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허허 누드 팜이라.. 정말 잊지 못한 추억이 되겠다 싶어 시도했지만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 빈자리가 없었다. 어렵사리 전화 연결이 된 그곳엔 이미 아일랜드 남자애가 하나 있다가 곧 나갈 거고, 바로 영국 여자애들 두 명이 3개월간 예약을 해놓았다며 당분간은 우퍼를 받기 힘들다고 한다. 혹시 모르니 6월 둘째 주에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한다.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마음에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휴.. 뭐하지…. 그나마 특이하다고 생각됐던 곳이 바로 여기, 달팽이 농장. 식용 달팽이를 키워 근처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미 오래전 메일을 보냈던 여기서 드디어 오늘 답장이 온 것. 집 전화로 연락을 달라고 한다. 이미 수 차례 시도했었지만 자기네들이 안받아놓고;; 문자메시지까지 남겼었는데 휴.
어쨌든 오늘 아침 전화를 했더니 오늘 당장 와도 된다고 한다! 안 그래도 오늘 오전에 체크아웃이라 연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한참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잘됐다 싶어 바로 가겠다고 하고 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기차 타고 어디까지 오면 픽업을 나오겠다는 것.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이 된 일이라 의심도 많았지만 일단 한번 가보자는 마음에 기차를 탔다. 덕분에 오늘 고카드도 만들었다. 3달러 정도 차이가 나길래 바로 질렀다. 도착역에서 카드를 찍으면서 알았는데 3달러가 아니고 5달러 정도가 차이 났었다. 옹싸!
도착해서 바로 전화를 했더니 지금 가는 중이시라고 한다. 응? 기차가 10여 분 늦어졌는데 어떻게 알았지? 잠깐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전화를 끊지도 않았는데 웬 차 한대가 내 주위를 돌다 멈춘다. Ethan? 어! 벌써 이 아저씨가 온 거다. 60대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오픈카를 타고 나타나셨다! 오! 내 인생의 첫 카브리올레 시승! 하지만 연식이 좀 된 차라 그다지 호화스럽지는 않았다. 거기다 강아지도 한 마리 있었다. 장화. 이 친구 이름이다. Bootsㅋㅋㅋ
그렇게 차를 타고 근처 슈퍼에서 배고픈 나를 위해 미고랭을 몇 봉지 사주셨다. 간단히 장을 봐서 집에 왔는데, 와… 입구(driveway)가 무슨 맨션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완전 호화. 50m 정도 이어진 호화 드라이브 웨이 뒤엔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컨츄리한 드라이브 웨이가 100여 미터 더 이어졌다. ㅋㅋ 퓨전인가? ㅋㅋ 그렇게 도착한 집은 2층집. 와 크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지낼 곳을 보여주겠다면서 1층으로 갔다.
와…. 더블베드에 소파 옷장 욕실에 다용도실까지. 초호화 라이프의 시작인가! Isn’t it too luxurious for me? 했더니 결코 아니란다. ㅋㅋ 짐 풀고 올라오라길래 대충해놓고 올라갔더니 와… 2층은 더 좋다. 하긴 자기 집인데 당연히 더 좋겠지. 들어가는 순간 콘도가 생각났다. 우와.... 대단해!
우프 게스트 리스트라는 것이 테이블 위에 있길래 내 꺼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테라스에서 열심히 적고 있는데 어느새 만드셨는지 미고랭을 가져다 주신다. 와 땡큐 설~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1분도 안 돼서 다 먹은 것 같다. 아저씨도 놀라셨는지 하나 더 해주시겠단다. 고맙습니다. ㅎㅎ
이번엔 아저씨도 하나 끓이셔서 같이 먹었다. 다 먹고 나서는 달팽이 농장을 보여주시겠다고 해서 구경을 갔는데…. 와 정말 많다 달팽이. 아마 내가 죽기 전까지 볼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이 본 것 같다. 정말 대박 많았다. ㅎㅎ 한참 정신 팔려서 보고 있는데 비가 쏟아진다. 후다닥 달려서 집으로 피신. 오늘은 뭘 하나요 물었더니 ‘비도 오는데 오늘은 쉬자’ 이러신다. 옹싸
아저씨와 그동안의 여정 얘기를 주고받다가 오늘 좀 피곤해서 잠깐만 쉬었다 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러라신다. 대신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게 6시 반까지는 올라오라는 것. 와~ 감탄사가 계속 빵빵 터진다. 잠깐 쉬었다 식당으로 출발. 여기 세 들어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가게로 간다고 한다. 난 레스토랑을 기대했지만, 우리가 간 곳은 언뜻 보면 내부 수리 중인 듯한 모습의 피자집. 갔더니 ‘시푸드 좋아해?’ 물어보신다. 전 다 잘 먹어요 했더니 피자를 작은 거로 두 판 시켜서 나눠 먹자신다. 오키. 이 집에 일하는 여직원. 중학생? 고등학생? 암튼 학생으로 보이는데 완전 이쁘다. *_* 나중에 다른 애도 하나 왔는데 얘는 모델같다 **_** 이렇게 다시 금사빠 시작인가.. (금.방 사.랑에 빠.지는 놈ㅋ)
이름은 모르겠지만, 해산물 피자로 보이는 것에는 한국에서처럼 새우가 한 마리씩 올라가 있다.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생선구이 냄새가…ㅋㅋㅋ 구운 생선 조각들이 피자 위에 올라가 있다. 신기하다. 만약 이게 아침이었다면 손도 못 댔을 거다.
아차. 피자집에 가기 전에 아저씨가 먼저 들리신 곳은 보틀샵. 거기서 4리터 짜리 화이트와인을 하나 사셨다. 피자를 주문하고 직원 아저씨(친구분)랑 잠깐 얘기를 하면서 와인잔 두 개만 달라신다. 오 일종의 코르크 차지다. ㅋ 무료로. ㅋ 피자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두런두런 얘기하다 와인을 홀짝였다. 괜찮다. 싸고 많고, 나쁘지 않았다.
든든하게 피자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직 한참 남은 와인을 남자 둘이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집 아저씨가 오셨다. 와서 담배 한 대 피우시면서 아저씨들끼리 얘기하다가 어딜 간다고 한다. 급하게 불을 끄고 따라나섰다. 어디 가지? 클럽 가기에 이 아저씨들은 좀 곤란한데… 한참을 달려 우리가 간 곳은 또 다른 보틀 샵. 친구분(브렌트)이 가게에 들어가더니 짐빔 한 병과 콜라 한 병을 사 오셨다. 아.... 술 마실 모양이군....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술 마실 준비를 하시길래‘ 혹시 레몬 좋아하세요?’ 물었더니 그렇단다.
지난번 우프 할 때 얻어온 레몬을 가져왔다. 유기농 레몬… 좀 오렌지 같이 생겼지만, 맛은 괜찮았다. 그거 가져와서 짐빔+코크에 한 조각씩 담가서 치어스~
난 앞에 마시던 와인이 적당했었는데 거기다 위스키가 들어가니 점점 정신이 몽롱해져 왔다. 그러던 중 브렌트 아저씨가 ‘넌 왜 빨리 빨리 안 먹냐’하신다. 오.. 이 아저씨 지금 술 강요하는 건가? ㅋ 알겠다고 한 모금 더 홀짝였다. 남자 3명에게 위스키 한 병은 많은 양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이제 위험수위. 그만 가서 자야겠다고 하니 코리안 피플은 스토맥 어쩌고 하면서 ‘너희는 술 잘 못 마시니까’이런다.뭔가 날 낚으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꿈깨셩ㅋ 다음 기회에 상대해주겠다고 하고 내려왔다. 오 힘들다. 들어오자마자 실신ㅋ
술 마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에 있던 숙소에서도 맥주를 마셨었는데 거기선 24병짜리 박스가 32달러였다. 3명 정도 모여서 더치페이를 하면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처음 있었던 호스텔의 펍에서보다 싸게 마실 수도 있다. 외국인이 없었다는 게 흠이지만.
뭐 이렇게 두 번째 호스트와의 첫만남이 찐하게 끝났다. 내일은 좀 힘들겠군. ㅎㅎ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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