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10

2011. 05. 25.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피곤하다. 이불이 너무 무거워서 그런가. ㅋ 항상 머리를 짧게 잘랐었는데 지금은 내 인생 최고길이로 기르는 중인데 편한 점이 제법 많다. 그중 제일 좋은 건 매일 아침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된다는 것. ㅋ 게으른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저녁에 감는다구. 덕분에 아침 시간이 늘어났다. 여자들이 이래서 저녁에 머리를 감는 거였어… 거기다 한국에서 파마를 하고 나온 데다 요즘은 머리띠까지 하고 다니니까 굳이 아침에 감지 않아도 자연스럽다는 것. 멋지다. ㅋ 오늘도 양치질, 세안만 하고 선크림을 잔뜩 처발라줬다.

역시 아침은 셀프인 듯. 뭐 먹으란 말을 안 하신다. 아 맞다. 내가 올라갔을 때, 아저씬 소파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그 틈에 내려와 XX하고 있으니 위층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오늘도 내가 먼저 ‘토스트 좀 드실래요?’ 물어봤다. 안 드신단다. 토스트 두 장, 커피, 어제 먹다 남은 고깃덩어리 조금을 덜어서 테라스에 나와서 먹었다. 다 먹고 나서 일할 준비 다 됐다고 하니 그럼 먼저 가서 시작해줄래? 하신다. 오키. 출발.


아침에 만나는 내 사랑 꼬꼬 님들

왠지 신난다. 열심히 달팽이 님들한테 인사하고 뚜껑 열고 물주고 밥 주고 당근까지 다 줬다. 오늘은 클리프 아저씨 동업자 매리 아줌마가 오시는 날. 마지막 움막.. (팬 이라고 하시던데 스펠링을 모르겠다…. 팬슨가?) 까지 다 주고 나니까 대화소리가 들린다. ‘Hello how are you? I’m Ethan, you must be Mary’ 잠깐 지난 우프 생활 얘기하다가 잠깐 일 좀 하고 있으니 커피 한 잔 하자신다. 티테이블에서 두 분 열심히 대화하시는데 당최 끼질 못하겠다.

아저씨 혼자 말씀하셔도 알아듣기 힘든데 할아버지+할머니가 주고받으시는 대화 난이도는 제곱으로 힘들었다. 다행히 아줌마가 뭘 물어보실 때는 그나마 좀 나았다. 오늘의 티타임은 런치타임으로 가기 전에 짤렸다.  특별임무를 해야 할 시간. 오늘의 임무는 펜스 교체. 이미 만들어 놓은 것으로 교체해주고 새로운 펜스를 짜놓는 것.

내가 할 일은
1. 기존의 펜스 안에 있는 퇴비? 를 걷어 내고
2. 트롤리에 옮겨 담은 퇴비를 밖에 있는 정원에 가져다 뿌리고
3. 새로운 펜스 안착 후 새로운 퇴비를 뿌리고
4. 새로운 펜스 제작.

저걸 다 해야 하는데 젠장 갑자기 담이 걸린 거다. 등에. 정말 난감했다. 애가 어딘가 완전 완전 불편해 보이니까 물어는 보시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담 알아요?’ 하고 싶어도 그걸 어떻게 내가 알겠나… 한참 고민하다 내 입 밖으로 나온 건 ‘I’ve got a bad pain in my back.’ 대충 알아 들으셨나 보다. 세게 좀 때려 달라고 해서 줘터지고 나니까 좀 괜찮다. 완전 숨을 제대로 못 쉴 만큼 아팠었는데…

새 퇴비 뿌리는 작업은 점심식사 후 하게 됐다. 오늘의 메뉴는 어제 먹다 남은 고깃덩어리 덮밥. 아줌마는 달걀 머핀이랑 토스트. 아저씨랑 나랑은 덮밥. 희한한 것이 어제보다 맛이 낳았다. 밥 때문인가. 아 맞다. 이 아줌마 ㅋ 밥을 전자레인지로 하시더라. 적당히 하고 조금 뜨더니 나보고 먹어보라신다. 좀 꼬들꼬들해서 조금 더 해야겠다고 했더니 전자레인지에 붕~ 돌리신다. 근데 신기한 게 밥이 됐다! ㅋㅋ


밥이랑은 상관없지만, 점심때 빨랫줄 찾아 헤매다 발견한 애벌래... 완전 어른벌래였다

어제보다 맛이 낫기는 했지만, 그 맛이 어디 가겠나.... 배만 불렀다. 뭔가 맛은 강한데 맛이 없다. 완전 tasteless. 다시 커피 한 잔. 두 분이 티비 삼매경에 빠지셨길래 난 방에 내려와서 양치질하고 다시 일터로 고고. 퇴비 뿌리고 펜스에 타카 좀 박다 보니 어느새 완성. 마지막으로 달걀 수거하고 일과 종료. 3시쯤 됐었던 것 같다. 매리 아줌마가 진통제로 추정되는 약을 주셨다. 2개씩 4시간마다 먹으라는데 원체 약을 싫어하는 데다 왠지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먹었지만 아마 앞으로는 안 먹을 듯. 10개짜리를 통째로 주셨다. ㅎ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는데 ‘클리프 읍내 가는데 너 뭐 필요한 거 있냐’ 물어보신다. 전 없어요 괜찮아요~ 도구들을 가져와서 정리 하다 보니 아저씨는 벌써 출발. 아줌마랑 나랑 둘만 남았다. 약 먹고 좀 괜찮냐고 또 물어봐 주신다. ‘괜찮아지겠죠~’ 그랬더니 따뜻한 물에 샤워 좀 하고 전기장판 틀어놓고 따뜻하게 좀 쉬다 오라신다. 네네~ 하면서 웃었다. (저건 ‘알겠지만 지금 바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만의 뉘앙스 ㅋ) 근데 아줌마가 계속 쳐다보신다. 오케이 갈게요. ㅋ 가기 전에 한번 더 말씀하신다.

‘아니면 소파에 진동기 달려있으니까 그거라도 좀 해보든지’되게 신경 써주신다. ‘고맙지만 괜찮아요~ 샤워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에요’ 괜찮아지기는 개뿔. 자다 죽는 줄 알았다. ㅋ 한국에 있었으면 침 맞고 약 먹고 했겠지만. 꿈 깨자. 근데 아직도 아프다 (지금 00:03). 암튼 아줌마랑 그런 대화를 주고받다가 ‘5시쯤 올라갈게요’했더니 너무 이르다고 6시에 오라신다. 오늘 저녁엔 피자를 먹게 될 거라고. ㅋ 야호~

샤워하고 손톱 깎고 인터넷 잠깐 하다 보니 벌써 5시다. 한 시간 후딱 자고 가자. 역시나 일어나는 건 힘든 일이었다. 억지로 일어나서 갔더니 아줌마 혼자 청소하고 계신다. ‘클리프 아저씨는요?’ 피자 사러 가셨단다. 우리나라 음식점 배달하는 친구들이 순간 너무 고마웠다. 뭐 나도 한때 그 친구들 중 하나였지만. ㅋ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저 TV는 바로 '현대' TV다... 현대가 티비도 만들었던가..

한 시간쯤 뒤인 7시 종이 땡~ 치고 나서야 아저씨가 오셨다. 피자 두 판과 꼬마 콜라를 들고. 뚜껑을 열고 나서야 알았지만 한 판은 피자. 한판은 피자 도우를 마늘 빵 식으로 구운… 일종의 빵이었다. 사진을 안 찍었군. 맛? 짜다. 그렇다. 호주 음식의 맛은 모두 하나. 짠맛. 피자 한 입. 마늘 빵 한 입을 번갈아가면서 먹었다. 아마 이분들 날 완전 소같이 보시지 않았을까? ㅎ

 
소파에서 바라본 2층 거실. 앞에 보이는 것이 홈바. ㅋ 좀 작지만. 그 뒤편이 주방.


다 먹고 설거지하러 갔더니 아줌마가 뭘 또 주신다. ‘%^*#$%^@$%푸딩’ 뭔 푸딩인데 길었다.ㅋ
난 스프를 위에다 뿌려주는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우리나라 과자 카스타드? 그 안에 들어있는 노란 크림 같은 거다. 직접 만드신 듯. 냄비에 이 크림이 잔뜩 묻어있었다. 와… 달다. 아 호주 음식 맛, 두 개다. 짠맛, 단맛. 그래도 이건 맛은 좀 있었다. 고마워요, 메리~



이제 진짜 설거지를 하고 아줌마가 타주시는 커피를 또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너 커피 좀 가져가서 밑에서 해먹을래?’ 이러신다. 완전 땡큐욤. 나중에 커피를 덜어주시는데 보니 모코나. ‘와우 이거 제가 완전 사랑하는 거예요! 한국에서도 이거 먹었었어요~’

 
내 옆에서 잠든 장화님. 메리 아줌마가 곰 털 같은 옷을 입혀주셨다ㅋ

그렇게 커피를 챙겨오기는 했는데 아마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방금 다용도실에 있는 주전자에 물을 끓이러 갔더니… 언제 들어갔는지 모르는 물이 잔뜩 들어있다. 소독한답시고 맥스까지 물을 채워서 끓이기는 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네… 커피 한 잔 덜 마신다고 안 죽는다. 참자. 빨래를 하려면 6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 자서 그때 일어날 수 있을까…시도는 해봐야지. 굿나잇.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