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14

2011. 05. 29.

오늘은 내 생일! 어제 내일은 하루 쉬겠다고 말했더니 그러라신다 옹싸. 어젠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늦게 잤는가 보다. 눈떠보니 12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씻고 올라갔더니 이미 아무도 안 계신다. 달팽이들한테 갔더니 거기 계신다. 인사 짤막하게 하고 요리하러 갈게요~ 미역을 불리고 소고기를 다지고 지글지글 보글보글 냄새가 근사해져 간다. 오랜만에 냄비 밥도 했다. ‘내가 여기 사람들처럼 밥을 전자레인지에 할 수는 없지! 비록 동남아 쌀같이 윤기도 찰기도 없는 쌀이지만....’

 

어제 우연히 선반을 구경하다가 발견했는데 참기름도 있고… 맙소사 다시다도 있다!! 올해 말까지 먹을 수 있는 것! 놀랠 노자다. 지난번에 한국인 아가씨가 왔다 갔다더니 그분이 사 놓으셨겠지.. 잘 쓸게요.. 한국에서는 다시다 따위 쳐다도 안 봤었지만 왠지 당겼다. 참기름에 소고기 볶고 내 사랑 후추 님도 좀 넣어드렸다. ㅋㅋ 기대된다. ㅋ 미역도 볶고 물 투하.. 어느 정도 지나니 미역이 미역국에 들어있어야 할 색깔로 변했다.

밥도 어느 정도 다됐고. ‘다들 모이세요. 곧 다 됩니당’ 어익후. 밥을 너무 적게 했나 보다.. 다 먹고 미고랭을 좀 해야겠군. 다시다까지 들어갔는데.. 간 할 때 다시다를 생각 못 하고 간장을 너무 넣었었나 보다. 짜다. 근데 이분들 잘 드신다. 하긴 워낙 짜게 드시니까. 맛있으시단다. 다행. 근데 좀 적죠?’ 했더니 괜찮으시단다. ‘전 좀 적어서 인도라면 좀 해먹으려는데 같이 드실래요?’ 물었더니 아저씬 그런다고 아줌마는 쪼끔만 드시겠단다.

 
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다 먹고 나서야 사진을 깜빡한 게 생각났다. 마덜 쏘리당...ㅠ

‘배부르시다며요’ㅡ,.ㅡ 3개를 가져와서 끓였다. 내껀 젤 많이ㅋㅋ 적당히 덜어서 가져다 드렸더니... 젠장… 미역국 드렸을 때랑 반응이 다르다. 진짜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드신다. 얼마 먹을 것도 없는 걸… 다 드시고 나서도 ‘매운데 그렇게 안 매워, 맛있다~’

하긴... 내가 먹어도 미고랭이 더 맛있긴 했…;; 근데 이 아저씨 뭔가 잊어버리신 것 같다. ‘아저씨, 이거 나 여기 처음 왔을 때 아저씨가 해주셨던 거랑 똑같은 거라구요ㅋㅋㅋ’ 말은 안 했지만… 목구멍까지 차올랐었다. ㅎ 다 먹고 설거지도 하고 ‘이제 내려가서 쉴게요~’ 계속 쉰다. ㅋ 너무 쉰다고 질투하셨나.. 두통이 찾아왔다. 왜지.. 뭐지..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온 두통 덕에 4시가 좀 지나 자리에 누웠다.

저녁 시간이 됐는지 메리 아줌마가 깨우신다. ‘이든, 저녁 먹으러 와~’ ‘넹’ 올라갔더니 오늘 저녁은 오므라이스 같은 거다. 오 맛있겠다. 새우도 있고… 호주 사람들 어떻게 메뉴가 매일 다를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 근데… ㅅㅂ 너무 짜다. 정말 음식 맛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짰다. 거기다 내껀 왜 그렇게 많은지... 빵이나 따로 있다면 몰라도... 밥도 남은 게 없다. 억지로, 정말 최선을 다해서 먹었다. ‘와 맛있어요ㅠ 짠맛!’ 미션 성공. 다 먹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찍 내려갈게요.’ 밥만 축내고 토끼는 것 같았지만 소파에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내려오자마자 넉다운.

 

하지만 잠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견딜 수 있는데 까지 견뎌보자. 생일인데 아깝잖아. 근데 너무 힘들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조심. 원래 약을 싫어해서 한국에서도 바르는 약밖에 안 가져왔는데 오늘따라 두통약 생각이 간절했다. 웹서핑을 좀 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누웠는데 미치겠는 거다. 생일 날 밤에 무슨 날벼락이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다 보니 지난번에 담에 걸렸을 때 아줌마가 주셨던 진통제가 생각났다. 아 그거라도 먹어야겠다. 껌껌한 방을 뒤져 약을 찾아 먹었다. 효과가 있겠지. 있어라. 간절히 빌다 보니 10분이 흘렀다. 아... 예전에 한국에서 두통이 너무 심해서 두통약을 생전 처음 먹어봤는데 직방이더니 이번엔 글렀구나 싶었다. 15분쯤 됐을까 누워 있다 보니 잠이 들었다. 내일은 괜찮겠지.

다소 엉망인 날이었지만 그래도 생일 축하해 동화야. 비록... 부모님이랑 통화는 못 했지만 집에선 음력생일만 챙기니까 그러실거야! 동생한테는 축하도 받았고 브리즈번에서 만난 친구들한테서도 메시지를 여럿 받았다. 뭐 괜찮은 생일이었어. 그래도 좀 아쉬운 건... 해외에서 맞는 첫 번째 생일인데. 너무 쓸쓸했던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오후의 하늘. 저 구멍으로 내 두통이 내려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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