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June 2016

Wwoofing in Australia 2011 #16

2011. 05. 31.

거짓말처럼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이것저것 모든 것이 다 새롭고 신기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한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주 많은 것들이 소소해지고 감흥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게 되죠. 처음엔 모든 것들이 신기했던 날들도 지나고 이제 어느덧 저 스스로 적응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저녁을 먹고 소파에 다 같이 앉아서 Master Chef 보면서 잠깐씩 얘기하다가 내려와서 컴퓨터 잠깐 하다 잠이 들고, 다음 날은 조~오금 다른 일들이 벌어지지만 크게 변함은 없고 하루하루가 거의 비슷하게 지나가더라고요.

지금 여기서 우핑을 하면서 느낀 것은 노후에, 퇴직 후? 여생을 보내기에는 정말 멋지겠다는 거예요. 오늘은 일과가 좀 늦게 끝났습니다. 저녁 시간이 됐다 싶어서 씻지 않고 바로 올라갔더니 두 분이 난간에 기대서서 오늘 정리한 화단을 물끄러미 보고 계시더라고요. 오늘 화단 정리를 하고 새로운 자갈을 사 와서 깔고 저녁엔 물청소까지 하고 났더니 정말 보기 좋더군요. 호텔 뒤편에 있는 수영장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우핑을 계획했던 목적이 호주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는데요, 한 달 만에 해결될 문제는 당연히 아니었겠지요.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제 돈을 좀 만들어야 다음 나라로의 여행을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처음 계획했던 두 달은커녕 중간 중간에 있었던 공백기를 빼면 3주도 채 못한 지금이지만 새로운 호스트를 찾아서 떠나지 않는 이상 일과는 크게 다름이 없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지금도 그렇다 보니 포스팅에 대한 욕심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요.

더군다나, 여기서 나가서 새로운 호스트를 찾는다거나, 혹은 일자리를 찾는다면 숙박비며 기타 비용이 기가 막히게 발생하겠지만 여기서는 호텔 같은 숙소에 매일 스테이크 먹으면서…. 달팽이는 언제 먹나 기다리면서. ㅎㅎ 인터넷도 맘껏 쓸 수 있다 보니 시티로 나가는 것이 좀 어렵습니다. 한동안은 이곳에서 더 머물겠지만 크게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당분간은 포스팅을 쉬고 싶습니다. 엄청 인기 있고 재미있는 글은 아니었지만 잠깐이나마 계속해오다 보니 저녁마다 '마감압박' 비슷한 것에 사로잡히더라고요. ㅎㅎ

이제 슬슬 진짜 직장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찾고 이력서 정리하기 시작하다 보니 심리적인 압박과 저녁 두 시간 가까이 일기 쓰랴, 정리해서 포스팅 하랴. 시간적인 압박감에 적잖이 휩싸이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재미없는 글 시간 내서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벌써 와 계시는 분들, 곧 오실 분들 모두 이곳에서의 생활 건강하게 즐기다 갑시다. 돈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요.^_^
고맙습니다.


아....
지금 이곳 달팽이 농장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아저씬가.... 아줌만가? 한 분이 여쭤보시더군요.
"이전 우핑은 어땠냐?"
"뭐 신기했죠. 말도 타고, 왈라비도 보고, 빨가벗고 계곡에 수영도 하고…. 근데 제가 느낀 것 중에 제일 큰 건 이거였어요. 반복 속에서 변화를 발견했다는 겁니다!"

몇 년 전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사막에서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을 보면서 끊임없는 권태에 시달리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래언덕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모습을 바꾼다. 짐승 모양의 어떤 형상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언덕이 됐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그 변화를 발견하는 순간, 더 이상의 권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에서 읽고, 누군가에게 듣고, 어디선가 보고....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 겠죠.

저 글을 읽은 분들도 많으실 것으로 생각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잊고 지내다가 한 구절을 접하게 되면 '아 이거 봤던 건데, 들었던 건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 이건 상관없는 얘기군요. ㅋ)

모든 생활이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사소해지게 됩니다.
그 권태가 찾아올 때, 조금만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곳에서의 힘듦,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찾아올 권태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다 같이 힘내자구요!

우핑의 본 취지와는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Who gives a shit! 내가 느끼면 장땡이지 안 그런가요? ㅎ

 
하우스 파사드와 메리 아줌마

 
어제, 이곳 지역 포털사이트에서 취재 나와서 인터뷰하시는 클리프 아저씨.
아저씬 카메라 든 사람 맞은편에 있는 기둥 뒤에 숨으셨다. ㅋ

 
어제. 화단 정리하다 발견한 뱀 껍질... ‘타이거 스네이크’라고 한다
내 손 물리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던지.ㅋ

 
LAMB STEAK와 채소들. 당근 맛이 기가 막혔다. 한국에선 당근 싫어했었는데, 더 달래서 싹 비웠다. ㅋ

 
티스푼, 밥 숟갈, 국자 비슷한 콩 푸는 숟갈ㅋ 엄청나게 컸다
동생 꺼, 내 꺼, 아버지 숟가락ㅋ

 
마스터 쉐프에 푹 빠진 메리 아줌마. 사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웃으시더니 곧 저 포즈를 잡으셨다. ㅋ 옆에서 쿨쿨 자는 부츠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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